아사쿠라 아키나리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浅倉秋成 <教室が、ひとりになるまで> 角川文庫
아사쿠라 아키나리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문지원 옮김 블루홀식스
제목에 쉼표가 의미가 있나 했더니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에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일명 스쿨 카스트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한 고등학교에서 주인공이 속한 A와 B반은 금요일마다 합동으로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는데, 다 같이 바베큐 파티도 하고 가장 대회도 여는 등 아주 신나는 이벤트를 여는 거예요. 그런데 이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세 명의 학생이 차례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기묘하게도 모두 똑같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주인공의 친구 미즈키는 사신이 있다는 말을 하며 다음 차례로 죽을 인물을 지목하고, 당황하면서도 별다른 방도가 없던 주인공에게 학교에서 대대로 네 명에게 전해지는 초능력 중 하나를 물려준다는 편지가 도착하면서 얼결에 학생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주인공이 받은 초능력은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인데 대신 자신의 몸이 통증을 느껴야 하고, 한 사람당 세 번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있어요. 또한 자살을 빙자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 역시 이런 초능력자로, 이 작품은 이런 애매한 초능력을 지닌 평범한 학생이 범인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과정을 같이 추리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저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만......
또 이 작품의 특징은 비록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가 계기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하여 초능력을 물려받은 네 명의 인물이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은근한 청춘 소설 느낌이 나는 재미가 있다는 거예요. 당연히 살인은 저지르면 안 되겠지만, 마지막쯤에 초능력의 유래를 설명하는 부분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읽으면 갑자기 알 수 없는 벅차오름까지 느낄 수 있더라고요? 진짜 인생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가 여기서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학교는 교과서적으로 표현하면 사회로 나가기 전에 또래끼리 사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라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과연 사회적인 것인지,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