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띠지 버리는 편인가요? 저는 대체로 그냥 놔두거든요. 근데 이게 책장에 꽂다가 걸려서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책 읽을 때는 확실히 걸리적거리고 하잖아요. 근데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분이 책 표지를 벗겨서 띠지를 안에 씌우고 그 위로 책 표지를 씌우더라고요! 띠지가 좀 더 크니까 표지가 아래만 좀 더 뚱뚱해지고 그런 건 있는데 일단 겉으로 매끈해니까 훨씬 낫더라고요. 세상엔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많다니까요.
또 제가 요즘 보는 강아지 채널이 있는데 크기는 저희 강아지랑 비슷해 보이는데 얘는 다리도 길고 날씬하거든요. 그래도 뭐 우리 강아지도 쪼끄맣고 귀엽지>_< 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보니까 애가 너무 토실한 거예요? 아니 허리라는 것이 사라져 있더라고요?? 병원 선생님도 뒤에서 보니 배가 통통하다고 했지만 그땐 그냥 하하 미용할 때가 됐네요 하고 웃고 넘어갔는데 언제 이렇게 토실토실해졌..? 요즘 산양유 열심히 먹였는데 혹시 근육인가? 아무튼 덕분에 강아지 백팩에 넣으면 무거워서 저절로 지게 지는 자세가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아요.
변호사인 요코테가 어느 날 대학 선배인 쓰지도에게 이혼 관련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쓰지도는 생활 능력이 없어서 여자에게 의존해서 사는 인간인데 이번 의뢰는 내연녀와 결혼하고 싶은데 본처가 이혼에 합의하지 않아서 하게 된 거예요. 요코테는 그런 선배가 한심하면서도 결국 의뢰를 수락하게 됩니다. 근데 이 소송 자체는 무난하게 합의해서 끝나거든요. 문제는 시간이 지나 본처가 내연녀의 괴롭힘을 이유로 거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벌이더니, 내연녀는 그대로 실종되고 본처는 놀랍게도 변호사 회관에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거예요.
이 소설의 장점은 변호사 출신 작가가 쓰는 소설답게 변호사 회관에 대한 묘사부터 변호사의 업무 루틴이나 사무실 풍경 같은 것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 변호사에도 전문 분야가 다르고 성격도 다른 만큼 요코테 외에도 친구인 무쓰기나 기타 다른 변호사들의 모습도 각자 현실감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보통 변호사는 사건이 이미 일어난 후에 변호를 맡게 되잖아요. 이때 요코테가 쓰지도의 변호를 맡는 것처럼 우리가 외부에서 보면 '저런 사람까지 변호해야 하나?' 싶은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변호사인 건데 그런 변호사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당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더라고요.
제목을 보면 아무튼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럼 미네르바가 누구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건 초반에 친절하게 요코테가 침착하고 냉정한 타입인 무쓰기와 자신을 비교할 때 본인을 표현하는 말로 쓰면서 언급돼요. 그럼 후반에 펼쳐질 내용은 미네르바인 요코테가 보복하는 내용일 텐데 대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보복을 하는지가 핵심인 거죠. 그리고 변호사가 보복한다는 건 이게 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직업 윤리를 어기고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인지가 중요할 거예요. 다만 미네르바와 달리 요코테는 인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에 이 작가의 <패자의 고백>을 읽으면서도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독자가 궁금할 만한 부분은 좀만 기다리면 다 설명해줘서 애매한 부분이 없더라고요.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라 조금 생각하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시작부터 이혼 문제가 나오는 만큼 치정이 얽힌 걸 생각하면 범행 동기 같은 것이 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뭐랄까 온갖 법조인으로 가득한 변호사 회관에서 살인 사건을 벌이는 대담성에 비해서 그 진상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전체적으로 변호사가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이 궁금하거나 그 직업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데 본격 미스터리 같은 걸 기대하면 좀 심심한 느낌일 것 같아요.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입니다. 데이트 앱, 랜선 술자리, 유튜브처럼 현재 익숙한 소재들을 이용해서 도시 괴담처럼 약간 오싹한 분위기와 반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익숙한 소재라는 건 다르게 말하면 뻔할 수도 있다는 건데 반전이 뭐랄까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읽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반전으로 인한 놀라움보다는 좀 기분 나쁘고 찝찝한 느낌이 남는달까.
아마 제목을 봐서 가장 주력하는 단편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퍼뜨려주세요'겠죠? 도시의 삶을 버리고 작은 섬으로 이주한 가족의 초등학생 아들의 시선으로 섬 생활과 유튜브를 결합한 내용이거든요. 여기서 더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말할 수 없는 게 너무 아쉽고요..! 아무튼 저도 유튜브로 강아지 영상이나 독서 관련 채널을 많이 보거든요. 그럼 다들 꼭 구독과 좋아요 이런 거 많이 언급하잖아요. 그러다 가끔 유튜버가 대놓고 생각보다 조회수가 적다든가 이런 아쉬운 얘기를 하면 급격하게 시청 의욕이 떨어지는 사람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제가 제일 좋았던 건 '매칭 어플'이라는 단편이에요. 유부남이면서 데이트 앱으로 젊은 여자와 만나는 남자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남자가 너무나 사랑하는 딸이 데이트 앱으로 일명 '파파카츠'라고 하는 원조교제를 하는 것 같은 거예요. 그 상황에도 데이트 앱으로 여자를 만나 집까지 따라간 남자의 결말은..? 하는 내용인데 정말 이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게 좋았다.......ㅋㅋㅋㅋㅋㅋ 데이트 앱으로 여자를 만났으면 사실 목적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근데 남자의 시선이 되게 재미있었고, 마지막 결말까지 이렇게 취향에 맞을 수가..?
전체적으로 시의성 있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내서 편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살인하는 장면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거나 자극적인 설정 등이 언뜻 보면 중2병처럼 보이긴 하는데 이 속도감이나 반전, 묘사 등이 딱 요즘 널리 퍼진 숏폼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무리수 같은데 그걸 계산해서 쓴 느낌? 물론 그런 현실 반영은 반영이고 글이 가볍게 쓰인 것도 사실이라 좀 편안하게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 중2병 설정의 끝을 본 듯한() <난문이 많은 요리점> 이거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것도 시의성 있는 소재라 이번 리뷰 소설도 그렇고 딱 요즘 읽어야 재미있을 책 같긴 해요. 반대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지금 이 중2병 느낌이 더 유치하게 보일 수 있어서 이런 과잉된 느낌이 싫으면 비추할게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에 읽을 책은 하야미 가즈마사의 <웃는 마트료시카>입니다. 젊은 나이에 총리까지 된 남자가 사실은 누군가의 꼭두각시였다면?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라고 해요. 설마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종교인은 아니길 바라며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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