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죠 기에 <아뮬렛 호텔>
영화 <존 윅>의 컨티넨탈 호텔을 오마주한 소설
인터넷 검색하니까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게 맞더라고요. '아뮬렛 호텔'은 일본 내의 거물급 범죄자가 모여서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영화와 다른 점은 다 킬러는 아니고 사기꾼이나 도둑 집단의 리더 같은 범죄자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호텔의 규정은 딱 두 가지인데 호텔에 피해를 주지 말 것, 호텔 내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말 것이고요.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에요. 첫 번째는 호텔이라는 구조를 이용한 밀실 살인이고 두 번째가 탐정이 호텔에 고용된 배경,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호텔에서 여는 범죄자 대상 행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호텔의 한 객실에서 밀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 전속 탐정이 나타나며 시작됩니다. 다만 첫 번째 단편에서 호텔에 관련된 비밀이 약간 드러나기 때문에 줄거리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소설이에요. 단편이라 사건 전개도 빠르고 문장도 어렵지 않아서 읽는 것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근데 자꾸 마음속에서 규정을 저렇게 정한 것치고는 살인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ㅋㅋㅋ 작가도 그걸 의식했는지 호텔 운영 중지를 요구하는 범죄자를 통해 "범죄자들만 모이도록 해놓고 살인하지 말라는 규정을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수습하더라고요. 범죄자라면 사실 반사회적 인간이 대다수일 테니 하지 말라는 걸 꼭 하려는 사람이 나오긴 하겠죠? 그리고 호텔 내에서 일어난 문제는 호텔에서 수습하는 게 원칙이라 시신이 나와도 호텔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적을 없애려는 사람도 있겠고요. 그래서 사건이 자꾸 발생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근데 이 작품은 그런 범죄자용 호텔이라는 배경을 모티프로 따왔을 뿐, 사건 자체는 본격 미스터리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읽기엔 괜찮았는데 뭔가 깊게 생각하면 애매한 느낌 뭔지 아시죠. 저도 <존 윅> 영화 보면서 호텔 설정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거기도 중심은 키아누 오빠가 강아지의 원수를 갚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냐는 거잖아요. 영화도 철저하게 그쪽을 잘 보여줬고. 근데 소설은 계속 호텔이 배경이니까 약간 이도저도 아닌 느낌..? 호텔의 설정을 더 살려서 탐정이 호텔 직원들과 같이 해결을 하든가, 아니면 단편 하나 정도는 탐정이 사건이 없을 때 평소에는 호텔에서 뭘 하고 사는지 보여줘서 호텔과 탐정에게 좀 더 정이 들 에피소드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아니면 호텔 주인 쪽을 더 자세하게 보여주든가.
단점만 쓴 거 같은데 일단 페이지터너로는 무난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보통 추미스 장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대체로 범인에게 분개하거나 아님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서 마음이 아프거나 뭐 이런 식인데 여긴 죽인 사람도 범죄자, 죽은 사람도 범죄자 이러니까 좀 남의 일처럼 보게 된다고 해야 하나? 사건이 일어나도 다들 시체 따위에는 놀라지도 않기도 하고. 근데 그게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읽었어요ㅋㅋㅋ 용의자로 몰린 킬러가 "내가 왜 공짜로 사람을 죽여?"라고 답하는 대사처럼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요. 가볍게 읽을 대중소설을 찾거나 설정 같은 거 파고들기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추천이고 새로운 트릭이나 복잡한 사건 해결 같은 걸 보고 싶다면 비추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