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리뷰는 밑에 쓰겠지만 요번 책 저는 결말 자체는 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뻔하지만 재미있는 느낌. 근데 문득 이게 보편적인 감상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검토서 쓰다 보면 그런 고민하잖아요.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나에겐 뻔한 결말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겐 놀라운 반전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 차이를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지, 또 어느 쪽이 더욱 대중적인 감상인지 좀 고민되었어요. 근데 지금까지 인생에서 내가 메이저였던 경험이 흔치 않아서 자신감은 좀 떨어지네요;;;
강아지는 최근 친구에게 결제 허락을 받고ㅋㅋ 이동가방을 새로 샀거든요. 다른 가방은 종류별로 있는데 뒤로 메는 백팩은 아직 안 샀다는 아주 논리적인 이유로 샀습니당. 지금 써본 느낌으론 생각보다 어깨에 부담이 덜해서 좋지만 가방 자체가 커서 그 부분이 좀 부담되는 정도인데 강아지는 요런 가방이 처음이라 그 안에서 앉질 않고 네 발로 엉거주춤 서 있는 거예요ㅋㅋㅋ 근데 걸으면 당연히 가방이 흔들리니까 의도하지 않게 안에서 바들바들 버티면서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있더라고요... 아... 마롱이 너란 아이는..... 처음 개모차 샀을 때도 네 발로 서 있다가 이젠 아주 당연하게 앉아서 편하게 이동하게 된 걸 보면 당분간 가방에 넣어서 외출 좀 해야겠어요.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계획 도시 와노쿠니의 무너진 지하에 홀로 남겨진 생존자를 드론을 이용해 길을 안내하여 구출하는 소설이에요. 다만 이 생존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세 가지 장애를 지닌 여성이고요. 과거에 사고로 형을 잃으며 자신이 구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이 드론을 조종하는 역할을 맡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실 초반에 도시 이름이 와노쿠니일 때는 좀 비웃었는데(심지어 영어로 WANOKUNI라서 좀 더 웃김) 전개 속도나 이야기 구성 모두 좋았어요. 중간에 위기 상황이 오면서 '흠, 결말은 이거겠군.' 하고 생각한 결말이 그대로 나왔는데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글이라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너무 만족스럽더라고요. 엔터테인먼트 소설 중에서는 오랜만에 되게 만족한 느낌.
지하 시설을 드론으로 탐색하며 장애인 여성을 안내하는 거라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인터넷에서 악플만 써대는 사람들이며 현장을 방해하는 유튜버, 그리고 그 여성이 정치가의 조카라는 점 때문에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란 점보다는 권력을 이용해 인력을 투입한 게 아니냐는 비난 등등 재난 상황에 일부 나타나는 구조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모습도 묘사되어서 현실과 비교하며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아무래도 주인공의 말버릇인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가 한계다'일 것 같아요. 이건 원래 주인공 형의 말버릇인데 형이 죽고 나서 주인공이 더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종종 말하게 되거든요. 이것 때문에 과거에 사고를 당하고 육상을 포기하게 된 동창에게 무슨 정신론처럼 저 말을 했다가 뒤늦게 재수없다는 말도 듣고 그래요. 약간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 같은 느낌 같아서 동창도 이해가 되긴 하는데 저 동창이 막상 지진 후에 역시 장애를 지닌 동생을 잃어버리고 주인공에게 드론으로 찾아달라고 하거든요. 여기서도 은근히 누굴 우선할 것인가 같은 문제를 내비치는데 이 장면도 그렇게 길게 끌진 않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어서 당장 구조에 집중하게 하는 건 좋은데 이런 재난 상황에 일어나는 딜레마 같은 걸 깊게 파고드는 걸 선호하는 분이면 좀 부족하게 보일 것 같아요.
근데 이런 사회나 윤리적 문제보다는 저 중심 대사가 굉장히 자주 나오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있어 '불가능'과 '한계'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게 하고 있어요. 극한 상황에서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참고로 저는 안 될 것 같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타입이고요 해내지 못한 걸로 그렇게 괴로워하는 타입도 아니에요. 정말 편리한 마음가짐이죠'ㅅ' 그래서 주인공처럼 끝까지 노력하려는 유형은 저와 상반된 사람이라 좀 더 흥미롭게 보이고 응원하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암튼 그냥 순수하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게요.
어린 딸을 욕조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미즈호라는 여성의 재판에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된 리사코가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마찬가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며 점차 동일시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에요. 저번에 읽은 <종이달>에 이어 두 번째로 읽었는데 <8월의 매미>와 합해서 사건 3부작이라고 부른대요. 하지만 전 멘탈이 털려서 나머지 하나는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사건의 팩트만 보면 미즈호는 아이가 죽기 전에도 꼬집은 듯한 흔적이 있어서 학대 정황이 의심되고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게 드러나는데 여기까지 보면 누구나 엄마가 잘못이라고 하겠지만, 왜 엄마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는 비슷한 처지인 리사코 외에는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실 리사코 역시 현실을 인정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자신도 비정한 엄마라고 비난받을까봐, 그리고 은연 중에 계속 남편에게 무시당하면서 자신감마저 잃은 상태라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해요. 미즈호와 리사코의 남편이 나와서 말하는 장면마다 내 남편도 아닌데 막 주둥이 때려주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직접적으로 막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건 아닌데 말을 왜 그딴 식으로 해서 듣는 쪽이 화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뭐 어디서 단체로 학원이라도 다니나?
그리고 재판 중에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가 나와서 진술하는데 시어머니야 뭐 어떻게 보면 당연히 아들이니까 감싸느라 며느리보단 아들에게 좀 더 유리해지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근데 친정 엄마라고 딸 편은 아닌 그 불균형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진짜 미쳤고요(positive). 약간 울화통 터지는데 심리 묘사가 좋아서 손에서 못 놓겠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리사코 쪽도 재판 때문에 딸을 시댁에 맡기는데 조부모는 손녀라고 막 떼쓰는 대로 다 들어주고 리사코는 애를 맡아준다는 미안함에 강하게 나서지도 못하니까 애는 엄마 눈치 보면서 괜히 더 칭얼거리는데 애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짜증나는 거 있죠. 그 와중에 집에 와서 엄마가 좀 훈육하려고 하니까 남편 놈은 꼭 이럴 때만 아빠 행세하면서 애를 감싸며 혼자 좋은 아빠 되는 그 상황. 그렇게 애한테 점수 따는 동안 똑같이 외부 활동하고 왔는데 밥상 차리는 건 또 엄마고, 시어머니가 집까지 들고 가기도 힘들게 반찬도 많이 만들어줘서 마치 별 수고도 없이 밥상이 차려지는 듯 보이게 하는 그 상황이란. 아 진짜 쓰면서도 너무 싫다......
사실 저는 남의 일이라 리사코가 재판을 참관하며 멘탈 터지고 남편은 자꾸 신경에 거슬리게 하고 시어머니도 부담스럽고 애는 말도 안 들으니까 하.. 그냥 애 주고 이혼해.. 이혼해..... 이혼해........! 하고 염불을 외우면서 읽었는데 소설은 미즈호의 사건과 리사코의 현실을 비교해서 보여주며 '완전무결한 엄마'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박을 묘사하고 있어서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일로 한정하더라고요.
제일 인상 깊은 건 재판이 진행되며 미즈호의 옷차림이 바뀌는 거였는데 이 변화는 약간 스포일러 같아서 생략할게요. 작품 내에서도 매번 무슨 옷을 입고 나오는지 묘사되는데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심리 묘사가 뛰어난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할게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에 읽을 책은 앤솔로지로 나온 <시신의 개선>입니다. 세스지, 오리가미 교야 등의 작가들이 좀비를 테마로 쓴 소설 모음이에요. 좀비라니 무조건 읽어야...! 여러분 좀비 좋아하시죠, 저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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