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교정을 하나 끝냈어요. 교정 원고 보면 진짜 이걸 놓쳤나? 싶은 것과 이걸 틀리다니..... 같은 온갖 수치심을 견뎌야 되는데 가끔 이걸 이렇게 고쳐놔?? 싶은 일과 마주칠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들한테 얘기했던 교정자와의 문제는 제가 이긴 거 같아요. 그 이후로 저는 해당 제품의 신제품을 줄줄이 맡았고 다시는 그 교정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그런 결말이랄까'ㅅ)
그리고 얼마 전까지 켄드릭 라마 역병에 걸렸던 것이 무색하게 인피니트병에 걸렸고요. 지금 떡밥이 넘쳐서 다 못 따라가고 있는데 제가 요전에 지석진 씨가 하는 방송을 봤단 말이에요. 거기서 '우울해서 빵 샀다'라는 말에 T/F의 반응이 다르다는 게 나왔거든요. 저는 명수성규랑 같은 mbti인데 아직도 왜 기분을 물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ㅋㅋㅋㅋ 아니 열받았든 우울하든 아무튼 본인 기분에 의해 빵을 샀으면 빵이 더 중요한 것 아닌지..? 진짜 성규야말로 제 마음의 대변인 같아서 혹시 정당이라도 만들면 우리 당 대변인으로 김성규 고용해야.......
비슷하게 소설이야말로 간접 경험을 하는 대명사잖아요. 뇌는 속기 쉬워서 소설을 읽은 경험으로도 본인이 겪은 것처럼 착각한다고도 하고. 이번에 읽은 책은 저는 잘 이해하기 힘든 인물을 묘사하는 작품으로 골라봤어요. 그럼 리뷰로 고고'ㅅ'
입주민이 금방 나가버리는 불길한 집을 배경으로 한 호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각기 다른 세 명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연작 소설이에요. 1화에 엄마와 두 딸로 구성된 가족이 어떤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는데 소설이 시작된 지 10페이지 만에 딸이 신사에 버려진 인형을 예쁘다고 줍는 호러 장르에 흔한 플래그를 세워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리 예뻐도 길에서 인형 같은 건 줍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놔야 하는 거 아님???? 그리고 예상대로 집에서 가족과 전혀 다른 색의 머리카락이 발견되고 텔레비전이 혼자 껐다 켜지고 정원에 얼굴 같은 모양이 나타나고 밤에 누가 걸어다니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급기야 도로 버린 인형이 집에 있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특징은 1화에서 누가 봐도 호러의 공식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2화, 3화로 갈수록 호러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예요. 호러 미스터리란 장르답게 호러로 시작해서 점점 미스터리로 가는 느낌인데 그래도 호러인 점은 충분히 잊지 않는 느낌이랄까. 2화와 3화는 내용을 언급하자니 1화의 결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대신 서술자만 언급하자면 1화에선 딸의 시점이고, 2화는 그 집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3화는 건너편에 사는 이웃이에요. 각자 연관이 아예 없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이상 친해질 일도 없는 수준이라 집이 꺼림칙하다는 사실은 공유하면서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기에 서로 절묘하게 정보가 차단되는 점이 독자 입장에선 재미있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이 집이기 때문인가 무서운 일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데도 조용한 분위기인 게 눈에 띄는 소설입니다. 근데 상황 때문이 신경이 곤두선 것도 사실이라 겉으로 보이는 말이나 행동과는 달리 내면 묘사는 굉장히 격정적으로 신경질적인 면이 있어서 잔잔하게 미쳐 있는 글이 특징이에요. 너무 잔인하거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호러보다 심리 묘사를 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호러 장르는 무슨 일이든 오컬트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식으로 뭔가 사람 심리가 점점 한쪽으로 매몰되기 마련이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게 잘 쓰여 있고, 결말까지 읽고 제목을 다시 보면 여러 가지 생각할 점도 있어서 저도 요번에 처음 읽은 작가인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려고요.
불륜으로 생긴 아이를 사고로 잃고 고급 창관에서 일하게 된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에요. 위에 쓴 문장 중에 '작품이에요' 말고 이해한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나에겐 너무 어려운 내용이어따.........
주인공인 나쓰키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여성이에요. 아버지는 누구인지 모르고, 어머니는 말 그대로 남자에 미쳐 있어요. 그리고 불륜으로 만난 남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기에 자신이 사랑할 존재라며 임신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돼요. 하지만 미혼모로 살기는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증오하는 어머니에게 낮에는 아이를 맡기고 일을 간 상황에 아이가 집에서 베란다에서 추락하여 죽고 말아요. 나쓰키는 이미 어머니가 증오스러운데 그런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자신 역시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사랑이니 뭐니 하는 감정과 가장 거리가 멀지만, 사람의 온기는 느낄 수 있는 매춘 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일을 하게 된 '마담 아나이스'라는 곳은 아오야마에 있는 고급 창관인데 가입비 1천 만 엔에 연회비 3백 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지불해야 입장 가능한 그런 곳이에요. 나쓰키는 이곳에서 먼저 일하던 친구에게 부탁하여 면접을 보게 되는데 나쓰키는 친구가 일로 돈을 받고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게 자신의 어머니처럼 남자 뒤만 쫓아다니며 구걸하듯이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여기까지 쓰면서도 어머니가 생리적으로 혐오스러운 건 이해가 되는데 그게 왜 이렇게 되지? 하고 다시 생각했는데 역시 모르겠어요.
물론 앞에 고급이 붙어봐야 하는 일은 일반 매춘업소와 같으니까 돈의 단위만 다를 뿐이고 오히려 그 점이 더 우스워 보이기도 하거든요. 우리 돈으로 거의 1억이나 내고 가입해서 고작 하는 게 항문에 볼펜을 넣어달라고 하는 거라니, 하는 이상성욕에 뇌가 죽었나? 싶은 장면이나 보통 우리가 이런 업소에 상상할 법한 야한 옷이 아니라 평범한 캐주얼이나 회사원처럼 입고 대기하면서 고객에게 선택받고, 밖에서도 보통 연인처럼 데이트를 하는 컨셉으로 일하는 것 같은 걸 보면 도대체 '평범한 삶'이 뭐길래 이렇게 집착하나 싶기도 해요.
소설은 괴로움이나 슬픔보다 더 복잡한 '사무치는 감정'에 대해 묘사하면서 이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본인이고, 세상에는 하나의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다양한 관계가 있기 마련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등장인물의 과거가 하나같이 사회적 통념상 일반적이지는 않고 아무리 현재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로 했다고 해도 결국 그 끝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아서 뭔가 기분이 좀 별로예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호무라 히로시의 <소름이>입니다. 웃음과 공포가 종이 한 장 차이로 공존하는 일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고 해요. 이런 부류의 책은 진짜 공감이 되냐 아니냐로 완전히 갈릴 텐데 과연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개인 메일로 발행하는 것이라 스팸으로 분류될 수 있으니 메일이 보이지 않으면 스팸함을 확인해주세요.
책에 대한 감상이나 추천 책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메일로 보내주세요. booksowner@soz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