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에토 <컬러풀>
불행만 이어지는 인생에 당첨되었다고요?
죄를 지었으나 특별히 당첨되어 자살 후 사망한 소년의 몸에 대신 들어가 '홈스테이'를 하며 지은 죄를 떠올려 무사히 윤회해야 하는 미션을 받은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것이 되어 기뻐하는 부모님과 형을 보며 좋은 가정인 것 같아 안심하지만, 영혼을 가이드하러 나타난 천사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불륜을 저질렀고, 아빠는 남의 불행을 기뻐하며, 형은 사실 동생을 괴롭혔다고 하여 순식간에 거리감을 느끼게 돼요. 또 소년 본인도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학교에서 학업은 물론 교우관계에도 문제가 있고요. 이야기는 남의 몸에 들어간 영혼이 죽은 소년 대신 생활하며 주변인물들과 갈등을 겪지만 점점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이 컬러풀인 이유는 주인공이 그림에 소질이 있기도 하고, 사람마다 지닌 다양한 면을 색깔에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한 가지 색만 지닌 것이 아니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나의 색과 상대방의 색이 섞였을 때 나오는 색 또한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에요.
남의 가정에 영혼이 홈스테이하는 설정이라 정신적으론 남이기 때문에 남의 가정 문제에 끼고 싶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외면하기엔 몸의 주인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 문학적으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몸의 주인이 자살을 시도한 부분도 뭔가 '아, 그런 날도 있지' 하고 공감하게 된달까요. 물론 자살을 긍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하고 마는 것처럼 부정적인 부분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주인공과 또래인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단점은 뭐랄까 소년이 짝사랑하는 소녀가 원조교제를 하는 걸로 나오는데 엄마의 불륜도 그렇지만 남자애가 다른 성별에 충격을 느낄 갈등 소재가 성적인 것뿐인가? 싶은 것과 그 여자애와 대비되게 약간 사차원 캐릭터지만 본질을 꿰뚫어 보는 역할의 소녀가 나오는데 분명히 중요한 역할인데 뭔가 그냥... 그냥 끼워넣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에서 나온 여자애와 같은 느낌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