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후미오 <블루 혹은 블루>
<왕자와 거지>의 현대판 변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소코는 남편과는 이미 감정이 식었고, 연하 남친과 여행을 갔다가 그에게도 질려서 헤어지자고 해요. 도쿄로 함께 돌아가지 않고 혼자 후쿠오카를 돌아다니던 소코는 문득 전 남친과 그 곁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홀린 듯이 따라가는데 놀랍게도 그 여자는 바로 자신이었던 거예요. 과거에 전 남친 가와미와 현 남편인 사사키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다 사사키를 선택한 소코A와 그때 가와미를 선택한 소코B로 나뉜 것이죠. 부유하지만 다른 애인이 생긴 남편과 교류도 없이 공허하게 사는 소코A는 생활 수준은 자신보다 떨어지지만 훨씬 생동감 있어 보이는 소코B를 부러워하며 한 달만 서로 바꾸어 살자고 제안해요.
여기까지 읽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이게 잘될 리가 없겠죠. 심지어 작품 초반에 가와미에 대한 단점이 이미 언급되어 있거든요. 평소에는 잘해주는데 술만 마시면 돌변할 때가 있다고. 그런데 소코A는 단지 지금 생활이 권태롭다는 이유만으로 소코B의 생활까지 흔들어 놓게 됩니다. 그런데 상대방 또한 '나'잖아요. 당연히 그런 이기적인 면모가 없을 리가 없어요. 자신이 본체이며 더 우위에 있는 존재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하던 소코A는 소코B의 반격에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본격적인 갈등이 생기게 돼요.
일단 이런 위치 교환이나 도플갱어 이야기의 느낌을 따르면서도 약간의 변주가 있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보통 이러면 그래도 '진짜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덕분에 각자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든가, 격렬한 싸움 끝에 도플갱어를 물리치고 '진짜 나'만 남게 되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과연 누가 진짜이고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합니다. 또 '나니까' 죽일 듯이 밉다가도 결국 그런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도 나고, 나의 행동에 따라 나의 인생도 다른 길로 갈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특히 여성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전체적으로 생각할 점이 여러 가지가 있고 전개도 긴장감 넘쳐서 페이지 터너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고, 특히 심리 묘사가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의 인생이 갈라진 시점이 어느 남자와 결혼할 것이냐는 것부터 그 후의 생활까지 생각하면 확실히 요즘 감성하고는 좀 달라서 그 부분이 지금 읽기엔 아쉽긴 하네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왕자와 거지' 모티프를 떠올리기 전에 생각한 건 '이ㅇ재의 인ㅇ극장'이었다가 황급하게 기억에서 지워버림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