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호세 <DTOPIA>
연애 프로그램으로 보는 세상의 편견
한 여성을 두고 각 나라에서 선발된 열 명의 남성이 경쟁하는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인종, 젠더, 정치 등 다양한 시점에서 세상의 편견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글이에요. 이번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데뷔작부터 주목받은 신인 작가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꽤 핫한 작가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었다>_<
연애 프로가 시작되는 초반은 꽤 재미있어요. 그 옛날 베첼러였나? 몇 번 봤었는데 이런 연애 방송 사실 과정 자체는 뻔하잖아요. 여기서는 처음에 등장한 여성이 '주체적'으로 누가 괜찮은지 섹스로 정하겠다! 하고 10명과 파격적인 관계를 맺는 걸로 시작해서 왜 참가자가 다 선진국 출신이고 흑인은 아무도 없는지,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따라 9명은 비슷한 외모인데 일본인만 '동양인' 그 자체인 건 인종 차별이 아닌지, 데이트 코스에 핵폭발 실험장 근처를 지나며 '원주민에 의한 백인 반성 타임'을 할당한 것 등등 뻔한 내용 사이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비판점이 담겨 있습니다. 이건 우리도 익숙한 부분이잖아요.
심지어 요즘은 OTT 시대라 결말까지 다 올라오니까 시청자들이 미리 결말을 보고 우승자를 확인한 다음에 그것에 끼워 맞춰서 참가자를 판단하는 점이나 팬들이 자발적으로 내용을 편집해서 영업하고 표정 궁예 같은 걸로 서로 견제하고 그 와중에 또 남자들끼리 엮는 일본의 자랑스러운 문화()까지 언급하면서 비판할 점이 많은 방송을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행태와 페미니즘이나 인종 비율 등의 비판을 위한 자료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묘사합니다. 참가자가 SNS를 이용해서 자기 의견까지 말할 수 있다 보니 여기까지는 완전 하이퍼 리얼리즘 같은 느낌인 거죠.
그런데 방송 중반쯤에 참가자 여성이 참가자 남성이 아니라 촬영지에서 일하는 직원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찍히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참가 남성들은 갑자기 구애의 대상인 여성을 창녀 취급하면서 방송 룰에 따라 새로운 여성들의 참가를 요청해요. 이들 중에 일본인 참가자의 논바이너리 친구가 포함되어 있고,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로 넘어가게 돼요. 거의 작중작 수준으로 과거 이야기가 엄청나게 길게 이어지다가 그런 과거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두 사람이 이렇게 연애 프로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 결과 초반에 알려준 대로 방송이 마무리되며 끝나는 거죠.
저 구구절절한 과거 파트가 왜 필요한지는 이해가 돼요. 피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만 편집되어 만들어지는 방송처럼 세상은 각자 자신이 본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형태거든요. 초반에 일본인 참가자는 남들과 달리 뚜렷하게 동양인의 특성이 드러난 외모, 크게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고 시청자들은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서 그의 과거를 캐내지만, 그건 그의 과거에 비하면 정말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해요. 그런데 이 작품의 특징이 2인칭 소설이거든요. 내가 '너'를 서술하는 작품이라 이렇게 많은 과거를 알고 누구보다 한 인간의 삶을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이것마저 결국 '내가 본 너'이기에 완전히 알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주면서 그의 시선으로 본 만큼 또 다른 편견이 생기게 돼요.
근데 저의 불호인 부분은 일단 과거 파트의 묘사가 너무 역겹고요() 문장이 별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또 작가 본인도 혼혈이고 외모부터 전혀 일본인이 아니기에 느꼈을 불편함 같은 것을 작품으로도 표현하려는 듯 혼혈과 논바이너리처럼 어느 쪽이라고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 가장 집중하는 듯하고, 그 와중에 등장인물 대다수가 남성이라 이렇게 온갖 걸 비판하는 것치고 여성에 관한 부분은 좀 아쉬운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