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와 아키오 <수요일의 편지>
나의 수요일에 관한 편지를 써서 보내면 다른 사람이 쓴 수요일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실제 이벤트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입니다. 이 이벤트를 여는 단체 쪽으로 편지를 보내면 거기 직원이 먼저 읽고 너무 개인이 특정되거나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를 제외하고 랜덤으로 섞어서 보내는 형식이래요. 다만 받는 사람이 아이라면 너무 어렵거나 아이가 읽기엔 맞지 않을 수 있어서 완전히 랜덤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이 소설은 각각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인 가정 주부와 직장인 남성이 우연한 기회에 수요일 편지를 쓰게 되고, 그 편지를 읽게 된 단체 직원인 아저씨, 그리고 그 후 가정 주부와 직장인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이 단순하고 사건도 일상적인 것이라 누구나 읽기 좋은 내용인 건 장점 같아요.
주부와 직장인은 비슷한 듯 다른 고민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인가'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렇고, 곧 결혼을 앞두고 꿈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려는 생각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훌륭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과연 '내가 진짜 바란 인생'인가?를 생각하면 100%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죠. 원래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던 두 사람은 각자 그 꿈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게 돼요.
수요일에 있던 일을 편지로 적는 행위는 사실 그날의 일기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여러분은 일기 쓰시나요? 저는 내킬 때만 쓰는 타입인데 그것도 일기라기 보다는 기록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코로나 때 확진자 동선 발표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12시 점심(닭가슴살 샐러드) 12시 반 청소(현관 빗질) 뭐 이런 식이라ㅋㅋㅋㅋㅋ 그래도 손글씨로 글을 쓴다는 건 왠지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서 그런가 좀 차분하게 내가 무엇을 쓸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저 두 사람도 편지를 쓰고 나자 감정을 쏟아냈다는 생각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후련한 기분을 느끼면서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보게 되거든요. 사실 편지를 우편함에 넣은 당시에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알 수 없는 힘이 나고 세상이 좀 긍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왠지 이해가 갔어요. 그 후에 두 사람이 답장으로 다른 사람이 쓴 수요일의 편지를 받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책으로 확인하시면 될 거예요>_<
그런데 이건 그냥 여담인데 작가님이 해를 '레몬색'이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그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가장 먼저 나오는 주부는 원래 빵집을 차리는 게 꿈이고 또 요리도 늘 하니까 레몬을 연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뒤에 나온 직장인 남자도 레몬색... 전직 어부였던 단체 직원 아저씨도 레몬색... 모두가 해를 레몬색이라고 표현하는 게 한 번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자 미치는 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저 레몬이 주는 상큼한 이미지가 아침 햇살과 잘 어울리는 것은 매우 잘 알겠으나 그래도... 그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