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목요조곡>
탐미계 소설을 쓴 거장 시게마쓰 도키코의 죽음 이후로 그녀의 친인척이자 같은 작가인 네 명의 여성과 도키코의 담당 편집자였던 여성, 총 다섯 명이 도키코의 집에 모여 사흘간 소소한 파티를 즐기면서 도키코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언뜻 자살로 보였던 죽음은 사실 타살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고, 이 다섯 명은 각자 도키코와 남에게는 말하지 않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어요. 도키코의 사후 몇 년이 지난 이번 모임에서 변수가 생기며 이들은 서로 비밀을 밝혀내며 진상에 접근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글쓰기와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고 은근히 장르가 다르다는 거예요. 집안의 어른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던 도키코는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강렬한 문장을 쓰기로 유명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런 도키코의 글을 좋아하면서 후배 작가인 네 명은 순문학, 스릴러, 논픽션 등 각자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같은 작가라도 장르가 다른 만큼 같은 사건에 관한 시점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게 잘 드러나는 글이었어요.
왜냐하면 사건이 점점 진행되면서 각자 '이걸 어떻게 하면 내 글에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순간이 꼭 나오거든요. 그리고 유일한 편집자 역시 '이걸 잘 살려서 작가에게 쓰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자는 도키코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이들의 묘사를 통해서만 짐작해야 하지만, '작가들의 작가'란 느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론 무시당하면서 느낀 불쾌함, 그리고 진상이 밝혀질 때 느낀 공포 등이 섞이면서 이것마저 글감으로 삼는 작가의 삶이란 뭔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또 각자 자기 장르에 맞게 내용을 구상하는 게 넘 재미있어 보여서 저는 평생 작가가 아니라 독자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여기까지만 보면 심각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근데 이 와중에 다들 열심히 먹고 마시고 있어요. 여자들 모임 가면 그 느낌 있잖아요, 각자 자기 얘기를 떠들어 대는 상황인데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또 그거 나눠서 먹느라 시끄럽고, 또 모자란 거 같으면 뭐 먹을지 상의하느라 정작 중요한 얘기가 잠깐 뒷전으로 밀려나는 거. 그런 분위기가 진짜 잘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그러면서 소설 평론을 얘기하며 여성들은 바로 알아차릴 묘사를 남성 중심의 잘못된 평론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에 대한 비판이나 여성 작가가 관찰한 자의식과잉 남성에 대한 묘사가 같이 나와서 여성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돼요.
편집자 캐릭터가 요리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설정이라 키슈나 파테, 포토푀 같은 양식 위주로 삼시세끼를 해주는데 너무 맛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중간에 육개장 사발면 같은 게 먹고 싶은 건 내가 한국인이라 그렇겠지........ 그치만 아침엔 팬케이크보다 미역국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 게 더 맛있자나여........ 아무튼 목요일을 좋아하는 터라 목차가 다 '목요일 전날 오후' '목요일 다음 날' 이런 식으로 목요일이 위주로 나와서 마음에 들었어요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