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샀어요. 이제 진짜 언제 등받이가 뒤로 넘어가 머리를 박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디자인만 보고 골라서 샀어요. 지금까지 경험상 허먼밀러 막 이런 거 아닌 이상 대체로 비슷한 거 같아서. 근데 의자 사니까 이제 폰이 죽기 직전이에요. 지금 액정이 잘 안 들어오는데 두 달 뒤에 갤25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그리고 오랜만에 만화책 작업을 했는데 책에 번호 쓰는 작업할 때 조심해야겠더라고요. 이게 그냥 150페이지 정도를 칸마다 번호만 쓰면 되는 단순 작업이라 머리를 숙인 상태로 집중했더니 어느 순간 현기증 나는 거 있죠ㅠ0ㅠ 근데 전 잠깐 어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상태가 오래되었나 중간에 번호가 완전히 이상하게 적힌 페이지가 있지 뭐예요. 이런 거 할 때는 시간 정해두고 중간중간 쉬면서 해야 할 것 같아요.
강아지는 눈병과 다리 부상이 다 낫고 다시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돌아오자마자 눈병이 도로 도졌어요; 풀 때문일 수 있다고 그래서 요즘은 뒷산으로 안 가고 아스팔트길 걸어서 매우 포장이 잘된 공원으로 갔거든요. 그랬더니 넘나 멀쩡했고요. 대신 아스팔트길은 또 잘 안 걸으려고 해서 자차(aka 개모차) 타고 외출하는 진정한 도시 강아지로 거듭났어요.
이번에 읽은 책은 무언가 다른 힘을 빌려 저주를 하려는 사람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내용이에요. 마지막에 책의 구성이 반전되는 장치가 있는 게 흥미로운 작품이었어요.
나시라는 작가가 요코(가명)라는 여성이 겪은 이상한 일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옮긴 형식의 글입니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내용들이 합쳐지고 마지막 작가의 후기를 읽으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완성되는 형식이에요. 여기에 약간 반전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읽는 사람마다 조금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어요.
아무튼 본문에 나오는 이상한 일은 주로 인터넷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동인 활동을 하며 '린'이라는 사람과 친해진 요코는 행사장에서 첫 오프모임을 가진 뒤 집까지 놀러가는 사이가 돼요. 그런데 거기서 린은 집에 오컬트적인 장치를 해두었다며 "오른쪽 위부터 왼쪽 아래"가 중요하다고 해요. 이 문장이 진짜 핵심 문장이거든요. 아무튼 요코는 린의 이런 알 수 없는 말에 섬뜩함을 느끼고 취업도 하고 장르도 달라지며() 자연히 멀어지게 됩니다.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0년대에 동인 활동을 했으면 좀 친숙할 소재가 몇 가지 나와요. 저거 외에도 스팸메일 같은 저주의 편지라든가 드림소설에 자기만의 이름을 써넣는 것이라든가. 스레드 형식의 게시판에서 자기가 뭘 하는지 중계하는 그런 거요. 예전에 스레딕인가? 하는 사이트 있었잖아요. 거기서 한때 혼자 숨바꼭질인가 뭐 유행한 거. 그런 거 좀 보신 분이면 내용도 이해하기 빠를 것 같아요.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전부 사실만 쓴다는 보장도 없고 때로는 정말 전생의 원수인가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악의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걸 소설로 썼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특히 드림소설 넘 악질적인 게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면 창작자가 쓴 소설에 이름이 비어 있는데 거기에 독자인 내가 임의로 이름을 입력하면 소설 내용에 내가 입력한 이름으로 출력되는 형식이에요. 보통 2차 창작에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연애하는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글이랄까. 암튼 그렇게 이름을 입력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내용이 이름을 입력한 '나'가 끝없이 고통받으며 죽는 내용이면 넘 기분 나쁘잖아요. 근데 이름 넣기 싫거나 귀찮은 사람을 위한 '디폴트 네임'이 있거든요. 여기서 홈페이지 주인은 디폴트 네임으로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어둬요. 그럼 굳이 이름을 안 바꾸고 소설을 읽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헤이트 연성을 읽게 되는 거죠.
괴담에 쓰인 내용 자체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해서 그런가 확실히 현대적인 느낌이 나서 '요즘 시대의 도시괴담' 느낌이고 마무리까지 작가가 의도한 점은 확실하게 드러나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타깃을 잘 모르겠는 느낌이에요. 묘사도 홈페이지 운영하던 동인계가 나오다 보니 이런 글을 읽을 만한 요즘 독자에겐 넘 옛날 일처럼 보이고, 그보다 윗세대에게는 이 글이 그렇게까지 흥미로울 내용인가? 라고 물으면 뭐랄까 음... 예전에 니찬넬 공포글 번역해서 올리던 블로그 있었잖아요. 그게 '그때' 읽어서 더 재미있었던 느낌이라고 하면 아시려나? 지금 와서 그때 그 인터넷 글을 읽기엔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느낌. 그래도 이런 추억 여행하고 싶거나 인간의 악의가 어디까지 가느냐, 좀 해석할 여지가 있는 구성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이어 2권 읽었어요. 일본 각지에 흩어진 신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하는 특별 부서의 이야기로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나오더라고요. 이상한 풍습이 있는 마을을 떠나 그런 신을 다루는 데 더욱 강하고 유명한 미야키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형사 출신 기리마와 남보다 더욱 특출나게 보는 능력이 강한 사기꾼 우유가 팀을 이뤄 각지에서 보고된 이상 현상을 조사하러 다닙니다. FM대로 행동하는 딱딱한 형사와 융통성 있는 사기꾼 구성이라니 좀 뻔하긴 해요. 하지만 형사님은 그런 성격이면서 데릴사위로 들어가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맛도리 설정까지 있고요. 여기까지만 읽으면 1권의 가타기시와 유사한 느낌인데 뒤에 가면 그것에 관한 언급도 나와서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설정했다는 걸 알수 있어요.
2권은 같은 팀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인가 했더니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 있더라고요. 1권에서 3차대전 얘기 왜 나오나 했더니 고대의 신이 그것을 예언했고 일본이 공격당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냉전시대인 현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역사가 이렇게 되었다... 하는 거였어요. 냉전시대가 유지되는 걸로 봐서 3차대전도 그 연장선?인 것 같고 아마 가상의 일본 사회를 묘사하기 위한 장치 같긴 한데 한국인인 저에게는 좀 굳이? 싶은 설정 같기는 해요. 3권에서 복선 회수가 다 된다는데 과연.
1권에서는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간이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현상을 말단 공무원들이 그저 조사하고 기록하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모습과 신에게 가족을 빼앗긴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는 내용이었다면, 2권은 보는 능력이 강한 우유를 이용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애매한 상태로 놔두지 말고 원인과 결과를 확실히 밝혀내서 쓸 만하면 써먹자는 거예요. 물론 잘 쓰면야 좋겠지만, 자칫하면 엄청난 재앙이 되는 거죠. 심지어 이용하려는 그 사람이 1권에서 제일 위험한 가문으로 나온 '로쿠하라'네 그 숫자시리즈 가문 사람인 것에서 이미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고요. 2권은 기리마와 우유가 마을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신을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주로 그려져요.
1권에서 보여준 한가로운 시골 마을과 그 속에 숨은 섬뜩한 사연은 여전하고요. 그 속에 외부인을 배척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 뭐 그럴싸한 설정이긴 한데 이런 부류의 소설은 캐릭터성이 더 중요하다고 해도 연속해서 나오니 좀 단조롭기도 해요. 그래도 2권이라는 걸 생각하면 앞권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내용도 나왔으니 괜찮은 것 같아요. 뭔가 묘사가 어디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것 같은 느낌인데 비주얼적으로는 애니로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 권 남았는데 여기 주인공들 다 사연이 짠해서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네요. 아니 진짜 기리마 그런... 그런 거였냐고..ㅠ0ㅠ!!! 이것도 과연 망한사랑일지 어서 3권에서 확인해야겠어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입니다. 제목에 목요일이 들어가다니 당장 읽어야...! 목요일을 좋아한 소설가를 추모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소설가의 죽음을 밝히는 내용인가봐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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