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쓰카와 다쓰미 <홍련관의 살인>
고등학생 탐정 콤비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탐정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탐정역인 가쓰라기와 왓슨역인 다도코로는 한 소설가의 팬으로, 어느 산속에 있다는 그 소설가의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아가기로 해요. 그런데 중간에 산불이 발생하여 하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라가니 정말 저택이 하나 나타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소설가의 아들과 두 손녀를 만나게 돼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산불을 피해 온 세 명이 추가되는데 그중 한 명은 다도코로가 탐정을 동경하는 계기가 된 여성, 아스카이도 있었습니다.
소설은 시시각각 산불이 위로 번지는 상황에 저택에 숨겨진 비밀통로를 찾아 탈출해야 함과 동시에 그 와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전개됩니다. 책 자체는 재난 미스터리지만 내용은 청춘 미스터리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고등학생인 두 학생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을 꿈꾸다가 진짜 사건 앞에서 현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전직 탐정이자 현직 보험설계사인 아스카이를 다시 사건 현장으로 끌어들인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 탐정으로 연쇄살인범을 잡은 아스카이는 역시나 탐정에게 있어야 할 왓슨인 친구를 그 연쇄살인범에게 잃고 말아요. 이것을 계기로 아스카이는 탐정을 그만둔 상태에 이런 일을 또 겪게 된 거예요. 여기서 아스카이와 가쓰라기의 의견이 갈라지게 됩니다. 어른이 된 아스카이는 일단 덮고 산불을 피해 다 같이 피신부터 하자는 쪽이고, 젊은 가쓰라기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상 범인이 있다는 건데 당연히 밝혀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쪽이에요. 이때 두 사람 모두 이미 범인을 아는 상황일 경우 나라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생각하도록 구성이 짜여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가쓰라기 쪽이 젊은 치기로 문제를 파헤치겠다는 자신의 욕망만 우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서 자연스럽게 아스카이가 옳은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살인자가 포함된 이 사람들이 정말 협동해서 무사히 피신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냥 덮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죠.
우리가 탐정이 등장하는 매체를 볼 때 사실 다들 생각하는 거 있잖아요. 세계관이 탐정에게 너무 유리하게 짜여 있다든가, 대체 왜 사람들을 모아놓고 추리쇼를 펼쳐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등등ㅋㅋㅋ 이 작품은 그런 탐정의 존재 자체를 생각하게 하면서 탐정물의 기본 공식을 비튼다는 점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뒤로 가쓰라기와 다도코로 콤비가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 추리를 펼치는 시리즈가 두 권 더 이어지더라고요(창해관의 살인, 황토관의 살인).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머지 시리즈 읽어보신 분 있으면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왜냐하면 저는 여기서 하차할 거거든요'ㅅ) 저는... 저는 사건의 설정은 좋았으나 인물과 대사가 저의 감수성과 전혀 맞지 않아서 먼저 떠납니다......... 아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