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60계치킨'에서 '크크크치킨'이란 걸 처음 먹었어요. 염지를 안 한 닭에 베이크 치킨처럼 겉에 뭐 엄청 빠삭하게 해서 튀긴 닭인데 같이 주는 크크크 소스에 찍어 먹어야 되더라고요. 저는 혼자 먹어서 한 번에 다 먹을 수가 없는데 처음 먹을 땐 바삭하고 고소해서 잘 몰랐는데 다음 날 먹으니까 확실히 염지를 안 해서 그런가 쫌 별로였어요. 소스까지가 한 세트인 느낌이니 아직 안 드셔보신 분은 소스 꼭 하나 더 추가해서 두 개는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참고로 소스는 좀 새콤한 느낌.
그리고 제가 '파스타쿠커'라는 걸 샀지 않겠어요? 지금껏 파스타는 원팬으로만 해먹어서 굳이 살 필요 있나... 했는데 막상 사니까 왜 이제야 샀는지 너무 후회되고요. 렌지에 돌리는 동안 다른 거 할 수 있어서 넘 편해요. 최고..!
교육감 보궐 선거가 있었잖아요? 강아지랑 투표하러 갔더니 완전 주목받는 대스타였고요. 근데 강아지는 태생이 스타의 기질이 없어서ㅠ 투표하고 밖에 나오니까 안심했는지 엄청 크게 한숨 쉬어서ㅋㅋㅋㅋ 가끔 우리 강아지 이렇게 귀여워서 애견용품 광고 찍어야 되면 어떡하지... 우리 애는 자유롭게 키우느라 기다려 훈련 따위는 하나도 안 시켰는데ㅠㅠ 하고 걱정했지만 지금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닌 듯>_<
이번에 읽은 책은 둘 다 나의 뜻이 남에게 전해지는 내용을 담은 것이에요. 각자 수학과 판타지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의미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둘 다 희망적인 결말이니 읽으실 분은 원하는 분위기로 고르면 될 거 같아요!
요절한 천재 수학자 료지의 유품으로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인 '콜라츠 추측'에 관한 연구 노트가 발견되면서 그의 친구이자 수학자인 구마, 그리고 두 사람의 대학 입학 동기지만 공학으로 진로를 바꾼 사야가 료지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과거 이야기와 노트 발견 이후에 그것을 해석하려는 구마의 현재 이야기가 교체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예요. 료지가 얼마나 위대한 천재인지 보여주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과 자신이 느낀 그 수학적 감각을 공유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모습이 더 중점적으로 묘사된 게 특징이에요. 사실 수학계는 노이만처럼 누가 봐도 천재인 인물이 여럿 나온 상태라 픽션으로는 묘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인물의 인간적인 묘사에 집중한 건 영리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초반에 료지는 많은 천재가 그렇듯이 주변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거쳐서 한 교수의 추천으로 대학에 와서야 구마와 사야라는 동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문제를 얘기해도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평생 이렇게 수학만 연구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하지만 그냥 수학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인 료지와 달리 구마는 똑같이 수학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료지처럼은 할 수 없다는 열등감 때문에 지도교수의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를 선택해서 결별하게 되고, 자신이 '지금 당장' 관심 있는 것을 해야 하는 성격인 사야는 수학을 통해 공학과 예술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나고 그쪽으로 뛰어들게 돼요. 심지어 지도교수마저 료지의 천재성에 자극받아 자신도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싶다며 학교를 관두고 연구소로 들어가고 맙니다. 여기서 료지의 비극이 시작되게 돼요.
료지의 좌절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계속 같은 연구실에서 서로 영감을 주며 수학 연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며 각자 자신만의 진로를 찾아 떠나게 된 것이에요. 료지 입장에선 그거잖아요. 우리 같이 평생 같은 장르 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친구들은 장르 갈아타고 나만 여기 남은 폐허 그 자체인 상태. 친구들은 졸업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러 나간 것이고, 수학적으로 말하면 '다른 풀이'를 찾은 것이기 때문에 붙잡을 수도 없는 상황인 거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도교수의 후임으로 온 새로운 교수가 료지와 스타일이 전혀 달라서 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료지는 천재답게 어떤 문제가 있으면 감각적으로 답을 알아내는 편이에요. 료지 입장에서는 이미 답을 알아냈고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는 많은데 굳이 과정을 꼼꼼하게 다 보여줘야 하나? 하는 것이고, 후임 교수는 진짜 문제를 푼 사람은 답을 알아낸 사람이 아니라 풀이 과정을 증명한 사람이라는 쪽이에요. 모두가 료지 같지는 않으니 풀이를 통해 검증이 되어야 이해하는 만큼 아마 많은 사람이 교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겠지만, 료지 입장에서는 답이 틀린 것도 아닌데 자신이 낸 답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미치겠는 거예요.
료지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떠나며 생긴 상처와 연구를 인정받지 못한 충격으로 인해 알콜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천재가 알중이라니...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처음 술을 마시게 된 묘사가 나름 설득력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천재성이 드러나는 장면보다 중독에 빠지는 장면이 더 잘 쓰여 있어서 내가 보는 세상을 남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의 좌절감이 더 강렬하게 드러나더라고요. 작중에 료지가 자신이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풀게 된다는 요지의 말을 하거든요. 시간이 지나 료지가 남긴 문제가 풀리는 순간이 바로 료지가 보는 세상이 이해되는 순간이고, 그렇게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어요.
마음을 전해주는 신비한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은 청년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에요.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어렵게 살다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청년 레이토가 아버지의 부정을 의심하는 여성 유미와 함께 녹나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맡은 파수꾼이라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에요. 제목대로 녹나무와 파수꾼을 둘 다 다루는 내용이랄까.
후속작으로 <녹나무의 여신>이 나왔던데 처음부터 후속작을 염두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 이 책은 좀 프롤로그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일단 주인공이 녹나무의 능력을 파악한 것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독자도 자연스럽게 느리게 읽는 것을 추천하는 듯합니다. 막 빠르게 후루룩 읽을 책은 아니에요. 구조 자체는 간단하고 또 물론 우리 히가시노 게이고 선생님 글답게 문장도 잘 읽히지만, 그보다는 녹나무가 지닌 힘을 생각하면서 인물의 마음이 어떨지 가만히 생각하기를 권유하는 느낌이에요.
아마 키포인트는 자신이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나무에 맡긴다는 게 아닐까요. 재산에 관한 것이라면 문서로 작성하거나 직접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마음을 전하는 것은 내가 직접 말하더라도 그게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해질지는 알 수 없는 법이잖아요. 어쩌면 상대가 나의 말을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무에 마음을 맡기고 전달받는 것 역시 나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거든요. 과연 그러고도 마음을 맡길 가치가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 마음에 그럴 가치가 있나? 여기에 더해 마음을 받는 쪽도 상대의 마음이 완전히 전해진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완전 부담임. 어느 쪽도 쉽지 않은 걸 생각하면 과연 이런 나무가 진짜 있다고 해도 내가 과연 이용할지 상상하게 돼요.
나의 흔적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그것이 역사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주는 내용이라 분위기에 비해서는 무거운 테마인 것은 확실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약간 반전처럼 나오는 내용까지 더해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돼요. 근데 아쉬운 점은 주인공의 설정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레이토가 여성인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나만 그런가? 레이토에게 파수꾼 일을 맡기는 치후네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유미와 협력 관계가 되어 함께 녹나무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도 같은 여성이었으면 서로 더 공감하고 나서기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은근히 레이토가 유미를 좋아하는 듯이 묘사하는데 두 사람의 모습에서 로맨스의 ㄹ도 안 느껴져서요. 또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선택하는 길이 술집인 것이 극의 분위기와 안 맞는 것 같아요. 아니 저쪽 나라도 물장사 하는 거 딱히 좋게 보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선택지가 안이한 것 아님?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면 쿠팡이나 가라 진짜.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마리 유키코의 <후시기フシギ>입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 오는 이메일로 인한 사건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과연 메일이 뭐라고 쓰여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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