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나 프로젝트 같은 일 끝내면 다들 뭐 하시나요? 저는 <슬기로운 문명생활>이라는 웹소설을 읽었고요, 지금까지 문명6 게임을 하였읍니다...... 원래 이 게임 처음 살 때 목표는 지도자별로 엔딩 한 번씩 보기였는데 선덕여왕이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 인간을 골라야 하는지?? 사실 시작 위치만 잘 고르면(교과서에서 배우는 배산임수) 그 뒤는 루트가 거의 정해져 있어서 진짜 꿀노잼이란 말이 딱인 거 같아요. 그 와중에 뉴스레터용 책까지 읽었다니 나 정말 너무너무 대단하다ㄷㄷㄷ
그리고 강아지는 얼마 전에 땅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먹는 사고를 쳤고요. 하 진짜 그 잽싼 몸놀림을 다들 봤어야 하는데. 그리고 최근 웃긴 걸 봤는데 몸을 털 때 원래는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털기만 했는데 대체 무슨 차이로 행동이 달라지는 건 모르겠지만 앞/뒤로 웨이브처럼 두 번 털 때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진짜 직접 봐야 아는데.. 아무튼 영문을 모르겠는데 넘 귀여워요ㅋㅋㅋ
왠지 부처님을 연상하게 하는 외모의 마스터에게 카페를 위임받아 운영하게 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단편집입니다. 성실한 청년은 항상 목요일에 와서 코코아를 마시는 어떤 여성을 좋아하지만, 손님에게 부담이 될까봐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성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위로하게 되며 전보다는 조금 가까워진 사이가 됩니다.
단편집은 이렇게 단편마다 한 인물의 인생에서 일부분을 짧게 보여주고, 그 다음 단편에서는 그 인물의 인생에서 언뜻 등장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식으로 서술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첫 단편 다음에는 위에 나온 여성이 항상 앉던 자리에 우연히 먼저 앉아 있던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엔 그 여성이 아이를 맡기는 유치원 교사가 나오고... 이런 식이에요. 이 책의 특징이라면 이렇게 인물에게 연속성이 있다는 것과 무대가 도쿄와 시드니 두 곳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힐링 소설이라는 건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주제는 비슷하잖아요. 누구나 인생에 힘든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결국에는 이것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고 돌아보면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등등. 뭐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죠?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저 마스터라는 인물이 키포인트예요. 그는 자신이 마스터라고 불리기를 원하면서 처음 보는 청년에게 카페를 맡기기도 하고, 예술가를 발굴해서 전시회를 열기도 하거든요.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 빛을 보기를 바란다고 하는 신비로운 인물인데 단편 중에 번역가를 꿈꾸던 여성 역시 여러 가지 인연을 거쳐 그를 통해 도움을 받고 그런 생각을 해요. 인생에서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어떤 연결고리나 계기가 될 수 있겠다고요.
그런데 음.. 영화도 그렇지만 보통 코미디가 외국에서는 흥하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웃음 포인트가 다르니까. 그런데 저는 여기에 힐링물 넣고 싶고요. 그 유명한 나미야 잡화점에도 이 분위기에 갑자기 술집 여자가 되는 걸 고민한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 것처럼 뭔가 감성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어요. 미스터리나 엄청 극단적으로 치닫는 순문학처럼 내용 자체가 강렬한 작품이면 그런 다른 감성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겠지만, 힐링물은 감성 자체가 공감이 가야 힐링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저는 이 인물이 릴레이되는 방식은 진짜 흥미롭고 좋았는데 일단 제목을 보고 샀기 때문에 계속 카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호주로 날아가서 좀 당황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보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할게요. 또 힐링 소설 특징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잖아요? 서로의 인연이 정말 절묘하게 스치는 것을 보면서 인생 진짜 모를 일이다... 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구조가 특이한 작품이에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과거에 살던 집에서 모인 세 형제 중 두 명이 과격할 정도로 크게 싸우면서 시작됩니다. 남은 한 명은 도저히 그 사이에 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싸움이 격렬해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와요. 그런데 다음 2장에선 바로 과거로 넘어가서 세 형제가 바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모습이 나옵니다. 부모님은 평소에는 잘해주지만 곧 아이들에게 관심을 잃고 자신을 귀찮게 굴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가족은 잘 지내고 있고, 형제들도 다투기는 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보냅니다.
특이한 점은 장이 넘어갈수록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로 가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로 온다는 점이에요. 3장에서는 형제가 몸싸움을 벌이기 전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말싸움이 심해지고 있고, 남은 형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4장에서는 다시 부모님과 지내는 그 다음 날이 펼쳐져요. 이렇게 시간이 흘러 후반부로 가면서 두 시간이 점차 만나게 되고 앞에서 느껴지던 위화감의 정체가 드러나는 식이에요. 일단 구조가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이야기는 둘째인 베냐민의 시선에서 서술되는데 다섯 가족 중에 한 사람만의 시점에서 서술된다는 점에서 기억에 왜곡된 면이 있을 거라는 건 짐작이 될 거예요. 베냐민은 자신만 기억하는 추억에 당황하기도 하고, 또 자신과 다른 사람이 다르게 기억하는 일에 놀라기도 해요. 그리고 시간 역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다보니 독자도 자연스럽게 과거엔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렇지? 하고 추측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베냐민의 서술에서 빠진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돼요. 이게 앞에서 말한 위화감의 정체이고 변덕스러운 행동을 설명해주며 결말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앞에서 서술되는 가족의 모습은 좀 부모가 폭력적이고 무심할 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하거든요. 형제의 모습도 남자애들끼리라 더 그런가? 하고 좀 놀라기는 했는데; 어쨌든 서로에게 애정이 있다는 점에서는 뭐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런데 결말까지 읽고 나면 앞에 서술된 부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돼요. 이 작품 역시 인생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구성이 좋은 책을 읽고 싶으시면 추천할게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기시 유스케의 <천사의 속삭임>입니다. 왠지 쿨타임 차서 읽어야할 것 같은..? 아마존 탐사를 다녀온 사람들이 차례로 자살하면서 그중 한 사람의 연인이었던 사람이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이라고 해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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