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아야 <어머니라는 주박 딸이라는 감옥>
2018년에 '시가 의과대학생 모친 살해'라는 이름으로 보도되었던 사건에 대하여 왜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는지 그 과정을 정리한 논픽션 글이에요. 딸을 의대생으로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9년간 도전하고 실패한 끝에 간호대에 들어가며 관계가 나아지는 듯했지만, 그 후의 진로 문제로 다시 충돌하며 결국 딸이 엄마를 살해한 사건이에요. 당시 딸은 살해 뒤에 SNS에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안심이다'라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몬스터는 엄마를 뜻하는데 살해자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겠죠? 이 책은 그 부분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에는 증언을 바탕으로 생활을 재구성하면서 중간중간 실제로 증거로 남은 편지나 메시지 같은 게 나와 있는데 이 엄마는 사실 결혼부터 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보여요. 전체적으로 성격이 뭐랄까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엄청 집착하는 타입인데 그게 본인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강요하는 유형이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고집을 부리거든요. 그래서 거슬리는 아빠는 직장 문제로 회사 기숙사에서 살게 된 이후로 아예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문 밖에서 용돈만 받아가는 생활을 하고, 그 오랜 기간 동안 집에는 엄마와 딸, 그리고 강아지들만 살게 됩니다. 아마 그래서 딸은 엄마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엄마도 집착이 딸에게만 집중되는, 서로에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가 진짜 이상한 사람인게 본인이 좋아서 디즈니랜드에 가놓고 '딸이 원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본인이 일기를 쓴 다음에 그걸 딸에게 옮겨 쓰게 시킨다는 거예요. 이것뿐만 아니라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도 대필하고 심지어 딸이 자신에게 제출할 반성문도 본인이 쓴 게 몇 개나 있어요ㅋㅋㅋㅋㅋ 앞의 것은 남에게 보여주는 거니까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반성문은 대체 왜..? 근데 내용도 읽어 보면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ㅋㅋㅋ 근데 마지막쯤에 딸이 엄마를 살해하고 안 들키려고 엄마 친구에게 엄마 말투를 흉내 내서 메시지를 보낸 게 있거든요. 거기 보면 친구한텐 진짜 이모티콘도 쓰고 넘 사랑스러운 말투라 남한텐 이럴 수 있는 사람이면서 딸한테는 진짜 왜 그랬는지 참......
아무튼 입시로만 10년이 지나 의대는 포기하고 간호대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여기서 엄마가 '조산사'가 되라고 강요하면서 시작돼요. 딸 본인도 엄마가 왜 조산사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는데, 딸은 간호대에 적응하고 즐겁게 다니면서 수술실 간호사가 되기를 꿈꾸게 되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무조건 조산사 자격증을 따서 조산사가 되어야 한다며 매일 화를 내기 시작해요. 심지어 좀 관계가 괜찮아진 시기에 같이 여행 다니고 즐거웠던 기억을 엄마는 '조산사게 되게 하게 하려고 같이 맞춰주며 투자했던 게 헛수고가 되었다'면서 딸의 마음을 모욕하고 맙니다. 급기야 딸의 사생활 관리를 위해 압수했던 핸드폰 말고 다른 핸드폰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고 마당에 내던지고는 새벽 3시에 딸에게 무릎 꿇고 빌라고 강요하고는 이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기까지 해요. 이때 딸은 부서진 핸드폰과 같이 자신도 부서졌다고 표현하는데 진짜 넘 안타까웠어요. 아니 서른도 넘은 딸의 핸드폰을 압수해서 관리하는 것도 끔찍한데 몰래 다른 거 개통했다고 이래도 되냐고요ㅠ0ㅠ 그래서 딸은 엄마를 죽여야겠다고 범행을 결심하게 되고 비극이 일어나게 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엄마 뭐.. 잘 죽었다고는 생각하는데() 어쨌든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고 수차례 가출도 하고 잠적도 하면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던 엄마를 살인이라는 형태로 끊어낸 분의 심정을 생각하면 조금만 더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었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만 있었어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실제로 재판에서도 1심에서는 믿을 수 없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에 자신이 시신을 유기하기는 했지만 엄마는 자살했다는 주장만 반복했는데, 뒤늦게 아빠의 헌신과 변호사들이 진심으로 노력해주는 것을 보고 마음을 돌려서 반성하고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고 하거든요. 법정에서도 오랜 기간 학대받은 것을 감안해서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당신의 인생을 살아라'라는 말과 함께 징역 10년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기도 하고, 이런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공감하기 쉬운 일이기도 해서 더 안타까운 사건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