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자마자 벌레의 습격을 받았어요. 제 방은 베란다 앞에 있어서 환기하려고 방충망 열었는데 붕~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 큰 벌? 같은 게 들어왔어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전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 읽다가 말벌 장면 읽는데 벌 들어와서 놀란 나머지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침착하게 밖으로 내보냈어요. 근데 그 사이에 풍뎅이가 들어와서 제 목에 앉은 거예요. 아아악ㅠ0ㅠ 이것도 힘겹게 베란다 밖으로 내보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방충망에 붙은 매미의 우렁찬 소리에 기겁해서 깼던 것이었다.............. 글구 강아지는 드디어 이발했어요. 부숭부숭 거지꼴도 귀여웠지만 역시 깔끔하게 자르니까 넘나 귀엽고요. 그리고 저의 불찰로 한낮에 이발 예약을 하는 바람에 저는 또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개모차를 밀어야 했습니다...
오컬트 잡지의 편집자였던 후배가 실종되며, 프리 라이터인 선배가 여러 사람을 수소문하고 인터뷰하면서 긴키 지방의 어떤 장소와 관련된 이상한 일들을 소개하는 형식의 페이크 다큐 호러 소설이에요. 사실 페이크 다큐 장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 예능이 더 친숙할 것 같은데요. 일본은 요즘 요 페이크 다큐 호러 붐인가? 싶을 정도로 꾸준히 나오더라고요. 내용은 페이크 다큐 장르 특성을 살려서 인터뷰나 기사, 인터넷 게시판 등 다양한 매체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전개돼요. 다만 게시판 내용은 이북으로 보니까 글씨가 작아서 그냥 안 읽고 넘겼어요. 거기만 확대해서 보기에는 글씨가 너무 빽빽하게 2단으로 들어가 있어서 저의 눈 건강을 위해 과감하게 버렸고요() 다행히 이건 분량이 많지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암튼 이 소설은 크게 산에서 부르는 남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 돌을 숭배하는 종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산에서 부르는 남자는 산 쪽에서 특히 젊은 여성을 노리면서 손짓을 하며 자기 신부가 되라는 게 특징이에요. 계속해서 보면 어느새 산으로 들어가서 죽는다는 이야기. 약간 흠.. 그러니까 결혼 못 한 게 아닌지? 싶은 그런 내용이고요.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반대로 대상을 찾아가서 점프를 하며 자기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괴이예요. 팔척귀신이 모티브처럼 보이는 느낌이랄까. 돌..은 돌에 홀린 사람들이 어느새 돌에 스스로 머리를 박고 죽게 된다는 그런 쪽. 근데 이 작품의 장점은 일단 조사를 통해서 세 괴담의 출처가 드러나면서 비밀이 풀린다는 것에 있습니다. 원래 이런 부류의 글은 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해놓고 에필로그에서 그 시각 누군가 또 금지된 짓을 저지르고... 뭐 이런 여운을 주면서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형식이 많잖아요. 이것도 뭐 문제가 해결 안 된 건 마찬가지긴 한데() 어쨌든 이유는 알려줘서 속이 후련한 느낌은 있어요.
단점은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다는 거예요. 저는 넘 고어한 묘사는 안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도파민 추구 인간이라 주기적으로 이런 호러 소설 같은 거 읽긴 하는데 절대 상상은 안 하거든요. 흑백으로 이루어진 글을 읽는데 굳이 피를 빨간색으로 상상할 필요가 있는지??? 저는 묘사된 장면도 딱히 상상하며 읽는 타입이 아니라 예를 들어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고 하면 그렇구나.. 너는 입이 귀까지 찢어졌구나.. 하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근데 그걸 굳이 총천연 그림으로 그려줄 필요가??? 암튼 대만 영화 중에 <주>라고 있는데 이 영화 좋아하시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볼 것 같아요. 물론 전 영화의 절반은 눈을 감고 봤습니다만......
암 투병을 하던 형이 죽으면서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의 경비원으로 10년간 일하며 겪고 느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요. 누구보다 존경하던 형의 죽음에 깊은 슬픔과 고통을 느끼던 저자가 경비원으로 일하며 매일같이 위대한 예술 작품을 접하고 다양한 사연을 지닌 경비원 동료들과 유대감을 쌓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미술관의 경비원이라고 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그냥 서서 꿀빠는 일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다든가, 실제로 미술관 측의 경비원 대우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든가 하는 사회의 어둠()이 언뜻 보이기는 하는데 그보다는 저자가 온갖 사연과 역사를 거쳐 이 자리에 전시되기까지를 생각하며 그 작품과 자신의 현재 상황, 느낌 등을 진솔하게 보여줘서 어떤 작품이든 애정을 갖고 지키고 있다는 게 잘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동료들도 이민자 출신이나 정치적 문제로 미국에 오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어요. 그리고 또 그 사람들 역시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의 예술관을 지녔다는 게 예술의 존재 의미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단점은 역시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언급되는 작품은 많은데 사진이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검색하니까 어떤 친절한 분이 블로그에 다 정리한 건 있더라고요. 근데 책 읽으면서 또 일일이 그걸 보기도 번거로워서 좀 참고하다 말았거든요. 저는 예술 작품은 조예가 깊지 않아서 제목만 봐서는 알 수가 없으니까 한 작품을 보며 저자의 감상과 저의 감상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미국에 갈 수는 없잖아요. 돈도 없는데ㅠ0ㅠ 암튼 최근에 자극적인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글이라서 딱 좋은 시기에 읽은 것 같아요. 이런 거 보면 읽는 시기도 참 중요한 것 같네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사이토 아야의 <어머니라는 주박 딸이라는 감옥母という呪縛 娘という牢獄>입니다. 직전에 힐링했으면 다시 매운맛으로 돌아가야지() 의대에 가라는 어머니의 강요로 9년이나 입시에 도전하다 결국 실패하고 간호사가 된 여성이 어머니를 토막 살해하고 만 논픽션 글이라고 해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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