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도파민 터지는 책을 찾아서 헤매었는데 오늘 소개할 두 번째 책 읽고 좀 진정됐어요.(그래놓고 제목만 보고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라는 책 삼;;) 거기다 인피니트 노래 완전 망한 사랑 대잔치인데 화자는 전혀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고자극 노래였잖아요..! 요즘 무한대집회 틱톡 무대 보느라 다른 도파민은 좀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남나무 랩이라니 엉엉 마이리를명창퍼피......ㅠ0ㅠ 근데 틱톡은 진짜 동우가 넘 잘 어울려서 그것 역시 고자극이고요. 그 외에는 뭐 번역 작업도 하고 검토서도 쓰고 그랬어요.
잘나가는 IT기업의 최종 전형에 남은 여섯 명의 대학생은 그룹 토론을 앞두고 처음에는 여섯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다 같이 뽑을 수도 있다는 말에 의기투합하지만, 곧 회사 사정 때문에 한 사람만 뽑게 되었다는 말에 순식간에 경쟁자로 변해요. 그리고 그룹 토론 당일이 되어 긴장된 분위기 속에 어떤 하얀 봉투가 여섯 개 발견되고, 그 안에는 각 학생의 치부를 드러내는 증거물이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소설은 최종적으로 뽑힌 한 인물이 나머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봉투를 몰래 준비한 범인에 대한 이야기, 직장 생활 등을 듣게 되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발견되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반전으로 유명한 소설답게 읽으면서 몇 번씩 반전이 이어지더라고요.
형식은 서술 트릭에 가까울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초반에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아는 리더십 있는 인물이 가장 먼저 그 봉투의 내용이 공개되거든요. 거기서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후배를 괴롭혀서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나와요. 그럼 자연히 운동부의 그 위계질서나 좀 폭력적인 기합 같은 걸 떠올리게 되잖아요? 근데 마침 그 인물을 약 10년이 지나 다시 만나서도 뭔가 좀 거친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 역시 그런 인간이 맞았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우린 모두 인간이라면 다양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보통 작가가 묘사한 한 가지 면에 집중해서 보게 되고 그것을 '캐릭터성'이라고 하잖아요. 작가는 그런 부분을 노려서 초반에는 팀의 조화를 중시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고발문 이후에는 폭력적인 모습'만' 보여줘요. 마치 너 얘를 뫄뫄하게 생각했지? 이래도? 이래도? 하는 것 같아서 저는 사실 전에 읽었던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보다는 재미없게 읽었어요.
내용만 보면 왜 대학생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나, 그건 바로 취업 때문이다. 그런데 왜 취업을 하려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속이고 거짓된 인물을 꾸며낼 수밖에 없나, 그건 바로 이 사회의 구조 때문이다. 뭐 그런 이야기거든요. 나오는 인물들도 각자 취업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고,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말하면서 당시 그룹 토론 이후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독자 역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 부분은 좋았거든요. 각 인물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으니까 읽으면서 저절로 같이 고민해볼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초반에 저 회사가 입사 기준을 직전에 바꿔버릴 때 '이거 완전 쓰레기 회사 아니야;; 나라면 그냥 안 가고 만다;;' 하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때부터 약간 마음이 떠나 있었나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읽은 것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단편이 두 편 들어 있는 얇은 책이라 읽기도 수월하더라고요. 첫 번째 단편은 한 허름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남자의 이야기예요. 30대 후반인 독신 남자는 야간 경비로 일하면서 같은 단지에 사는 한 노인을 관찰하는 게 취미예요. 망한 인생인 자기가 봐도 저 노인의 인생은 완전 폭삭 망했거든요. 추한 외모에 직업도 없고 앞으로 인생이 망할 예정()인 동네 초등학생들에게 맞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나이를 먹으면 지금보다 더 망하겠지만, 지금은 저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내려다보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이 찾아와 자살을 위한 유서를 대필해달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목과 표지의 의미가 밝혀지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책 안고 뒹굴었어요. 아니 이걸 좋았다고 말하면 저의 인성이 의심스러운데 일단 두 번째 단편도 얘기해 볼게요.
두 번째 단편은 독박 육아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예요. 고소득 남성과 결혼한 이 예쁜 여성은 아들을 낳으면서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남편은 일한다는 핑계로 집에 잘 오지도 않고, 시댁은 싸늘하기만 해요. 그 이유는 아들이 발달이 느리면서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아이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하필 옆집에는 아들과 같은 나이에 시각장애인이지만 바이올린에 재능이 넘치는 여자아이가 살아요. 여성은 그 여자아이의 어려움과 노력은 생각도 안 하고 '저런 몸인데도 불구하고' 재능이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부러워요. 왜냐하면 아들은 병원까지 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거든요. 아들의 문제는 모두 엄마의 문제처럼 취급당하기 때문에 여성은 집에 있어도 마음 편할 날이 없어요. 그러다 다른 엄마의 소개로 문제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모인 단톡방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그곳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돼요.
일단 도파민 터지는 전개가 정말 최고였고요. 문장이 너무 재미있어요. 표현이 굉장히 신랄한데 템포가 좋아서 읽는 맛이 있더라고요. 근데 점점 그 느낌 아시죠, 분명히 말이 재미있어서 웃긴 건데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이 인물들이 망한 꼴을 보는 게 재미있는 건가..? 하고 갑자기 퍼뜩 놀라서 정신 차리게 되는 그런 거. 주인공들 외에도 몇몇 인물들이 나오는데 정말 겉만 보고 남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보며 웃는 나라는 지옥 같은 연쇄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다 읽었어요...... 결말은 이런 전개에 어울리게 당연히 허탈한데 인생이 여기까지 오기 전까지 좀 달라질 수 있는 순간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결국 이 모든 게 무엇보다 본인 마음이 지옥이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인 것 같아서 읽을 때는 낄낄거리고 읽었는데 책 덮고 나니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추천할게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세스지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近畿地方のある場所について>입니다. 페이크 다큐 호러 장르로 전에 읽은 기록X와 비슷한 느낌인데 대신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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