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나 아키 <식물소녀>
朝比奈秋 <植物少女> 朝日新聞出版
아이를 출산하는 상황에 뇌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 어머니를 둔 여성, 미오의 시점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내용은 크게 어린시절 미오가 본 엄마부터 어른이 되어 본 엄마, 그리고 결국 사망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지만 뇌의 일부 기능은 살아 있어서 입에 무언가 들어오면 씹고, 손을 꼬집으면 쳐내지만 이것은 본인의 의지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척수반사처럼 벌어지는 거예요.
어린시절 미오는 그런 엄마를 매일같이 찾아가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아빠와 할머니는 물론 다른 어른들은 엄마의 예전 모습을 아니까 괴롭고 슬프기도 하지만, 미오 입장에서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엄마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고 기댈 수 있고, 아빠와 할머니에게 하기 힘든 말도 엄마에게는 다 털어놓을 수 있어요. 그럼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마치 미오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애틋함만 있는 건 아닙니다. 남에게 하지 못하는 폭언을 엄마에게 퍼붓기도 하고, 엄마의 사진을 SNS에 올려서 날조하기도 하고, 예쁘게 치장하는가 하면 고문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반응이 없는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사람임과 동시에 그런 역할을 주어 사는 것에 의미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한 인간이 사는 의미는 본인이 아니라 남이 주는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이 질문은 마지막에 엄마의 장례식으로 이어집니다. 미오는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요. 20대 중반에 식물인간이 되어 20년이 넘도록 침대에만 누워 있다 죽은 사람의 그 시간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미오는 성인이 되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이제 엄마에게만 의지하던 것도 하지 못하게 되고, 엄마처럼 되는 것이 두렵다고 느끼게 돼요. 식물인간이 된 순간 이미 죽은 사람인 것처럼 여기던 친척들이 모여 엄마에 대해 말하며 그 죽음을 새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미오는 그제야 엄마란 사람에게도 자신이 모르는 과거의 시간부터 존재해온 것을 떠올리고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고 떠나보낼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미오가 엄마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는데 앞에 묘사된 엄마의 특징과 연결되어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ㅠ0ㅠ
이 작품은 환자를 돌보는 입장인 아빠나 할머니의 시점이 아니라 딸인 미오의 시점에서 서술되어서 살아서 움직이는 게 당연한 다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엄마가 완전히 분리되어 묘사되었을 때 느껴지는 그 괴리감이 잘 느껴지는 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 옆자리에 입원한 미오보다 한 살 어린 남자애가 나오는데 미오의 성장과 함께 남자애도 성장하지만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거든요. 엄마와 남자애의 대비되는 묘사도 그렇지만, 작품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이어질 그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도, 그의 삶이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은 독자인 저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