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다짐이 무색하게 또 맥주에 감튀를 먹었고요... 정말 최고의 맛! 추천합니다^^)b 다만 확실히 평소보다 과식하는 거라 다음 날 속이 좀 더부룩하긴 해요. 이젠 진짜 자제해야... 암튼 저는 그냥 뭐 약국에서 미국인으로 오해받은 걸 제외하면 평소처럼 작업하면서 지냈고요, 드디어 장안의 화제인 발더스 게이트3를 샀는데 본체 발열이 엄청나서 당분간 봉인해야겠어요. 내.. 내 성격 더러운 뱀파이어 남친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강아지도 좀 더워하는 거 말고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제 나이도 먹고 해서 집에서 미용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시도해봤는데 발바닥 털 깎을 때는 괜찮았는데 엉덩이 쪽에 상처가 나는 바람에ㅠ0ㅠ 이래서 다들 비싼 가위 쓰나봐요...
기후루 오미 <영괴신범> 1권
木古おうみ <領怪神犯> KADOKAWA
작가 이름을 오미라고 해야 할지 오우미라고 해야 할지 좀 고민되는데 아무튼. 선도 악도 아닌 신에 의한 문제를 조사하는 공무원인 가타기시와 미야키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에요. 각 에피소드마다 두 주인공이 이상 현상을 조사하러 나서는 형식이고 그런 세계를 둘러싼 커다란 미스터리가 존재하는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자체는 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예요.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신사, 저주받은 상자, 불로불사의 힘을 주는 인어 고기, 근친상간을 벌이는 폐쇄적인 마을 등등. 아마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재 자체는 꽤 친숙하다고 느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소재들을 주인공이 직접 체험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사하는 입장에서 관찰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공무원답게() 명확한 해결책이 없으면 그냥 현상유지라도 하게 놔두고 떠난다든가, 신을 빙자한 인간의 범죄에는 적절히 공권력을 행사하는 점이 지루함을 덜어주는 장치로 작용해서 좋았어요.
또 에피소드가 그냥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중 한 명인 가타기시의 비밀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인물을 소개하고 애착이 생기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 가타기시라는 인물은 아마 어떤 신에 의해 행방불명된 아내를 찾기 위해 매형이 일하는 현재의 부서에서 부하로 일하게 되는데,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언급부터 매형과의 관계, 그리고 아내와 매형이 태어나고 자란 이상한 마을의 이야기에 이어 결국 단서를 찾아내는 이야기와 신의 정체까지 읽고 나니까 개인사와 오컬트적인 부분이 잘 조화된 느낌이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사실 인물의 성격 자체는 좀 클리셰적이긴 한데 빌드업을 잘하는 거 같아요. 단점..이라고 할 만한 건 1권에서 미야기에 대한 이야기는 풀리지 않는데 대신 이 세계는 현재 소련이 있고 독일이 분단국가인 상태거든요. 그리고 미야기가 자꾸 전쟁 이야기만 하면 "1차? 2차? 3차?" 하고 묻는 게 혹시 이거 멀티 버스나 뭐 그런 거라 다른 세계에선 3차 대전까지 열렸나? 싶은 생각과 함께 언제 어디서 역사적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이ㅋㅋㅋㅋ 혹시 몰라서 아직 2권은 안 샀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인어 마을에 관한 거였어요. 어릴 때 집에 동화 전집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 인어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것도 일본 동화였나? 중국인가? 암튼 예쁜 초를 만들어서 먹고 살게 해주니까 인어를 홀랑 배신해서 그 뒤로 빨간 초를 만들어서 다 망하는 그런 얘기였거든요. 암튼 그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전국에서 제일 행복한 인어 마을^^인데 실상은 누구보다 불행한 천국 같은 지옥이 되게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어서 좋았어요. 영화 <미드소마> 느낌 같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 외에는 등가성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신도 좀 섬뜩했고 특히 '알려지지 않은 신'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의 이미지가 잘 드러나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현실과 다른 세계관인 점과 맞물려서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하도록 연결시키는 점이 재미있더라고요.
츠지무라 미즈키 <오만과 선량>
辻村深月 <傲慢と善良> 朝日新聞出版 / 이정민 옮김 냉수
서른 중후반인 남녀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예요. 오만한 인싸인 가케루와 선량한 아싸인 마미가 결혼을 앞두고 마미가 행방불명되면서 가케루는 마미의 흔적을 찾아 다양한 인물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마미의 다른 면모를 확인하며 자신의 모습까지 돌아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오만과 선량이라는 단어가 주는 첫인상과 달리 오만한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고, 선량한 것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건 오만하다, 저건 선량하다 명확하게 단어를 쓰고 있어서 정말 그런가? 하고 독자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마흔을 앞둔 나이에 남녀가 결혼을 목적으로 만나면 사랑보다는 조건을 좀 더 따진다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 개인적인 시선으로 보면 둘 다 참 별로인데; 가케루와 마미는 결혼 조건만 따지면 서로 잘 맞는 느낌이거든요. 가케루는 마미를 찾기 위해 마미의 가족은 물론 마미의 어머니가 의지했던 결혼중매사를 만나 뜻밖의 견해를 접하며 자신의 오만함에 충격받기도 하고, 그 중매사가 소개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선량한' 맞선 상대들을 만나 그들과 자신의 차이를 생각하기도 해요. 그리고 마미 역시 거짓된 세계에 사는 사람과 달리 자신은 선량하다고 믿어왔지만, 인생에서는 그런 한 가지 부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끝까지 읽고 나면 누구보다 조건을 따졌던 것 같은 두 사람이 사실은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진짜 독립된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것 같기도 해요. 과거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확신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게 된 가케루도 그렇지만, 자신이 의존적인 사람임을 스스로 깨닫고 용기를 내는 마미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결말에 이르기까지 심리 묘사도 넘 훌륭하고 설득력 있어서 다 좋은데 그런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봉사활동이 나오는 건 좀 식상하더라고요. 맞선 상대 중 하나가 대지진 때 봉사하면서 뭐 무작정 몸을 움직이다보니 머리도 비워지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약간 이런 픽션에서 봉사활동은 저에게 인도 여행()과 같은 급이라 말하는 순간 좀 Aㅏ... 하게 되는 느낌.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아사히나 아키의 <식물소녀>입니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식물인간이었던 엄마를 둔 딸이 성장해가며 엄마를 보면서 산다는 것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해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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