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출했어요. 신나게 떠들고 집에 오는 길에 자동차 앞좌석에 얼굴을 박는() 사고가 있었는데 다음 날만 좀 아프고 멀쩡하더라고요. 그보다 이제 과식하지 말고 안주도 좀 가벼운 걸 먹어야겠다는 깨달음이 더 컸고요... 그치만 맥주엔 감튀인걸ㅠ0ㅠ 그 와중에 다음 날 아침이 마감인 일이 있었거든요. 일 자체는 간단했어요 영어로 된 게임 장르를 우리말로 바꾸면 되는 건데 자꾸 1인칭 슈팅 이걸 못 써서 오타가 어떻게나 나던지 후... 하지만 다행히 정신은 멀쩡해서 여러 번 수정한 끝에 오타 하나 없이 잘 끝냈어요. 지금 생각하니 유난히 1인칭 슈팅에서 여러 번 틀렸는데 제가 요 장르 게임은 백퍼 멀미해서 안 하거든요. 설마 글자에도 멀미를?
그리고 또 새로운 빵집에서 휘낭시에랑 마들렌을 샀거든요. 저는 원래 파운드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없어서 그냥 맛이나 보려고 작은 것들로 샀어요. 근데 사장님이 소금빵을 하나 주시는 거예요. 저는 소금빵이 싫지만 공짜라 그냥 받아왔어요. 혹시 누가 알겠어요? 제가 지금까지 진짜 맛있는 소금빵을 못 먹어본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근데 타임머신 생기면 과거로 가서 소금빵은 그냥 거절하자!
이마무라 나쓰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今村夏子 <むらさきのスカートの女> 朝日新聞出版 /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자신을 '노란색 카디건을 입은 여자'라고 지칭하는 '나'의 1인칭 주인공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이에요. 나의 동네에는 독특한 여성이 있어요. 바로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예요. 이 사람은 항상 보라색 치마를 입고, 일정한 직장이 없어서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것 같고, 항상 머리가 푸석하고, 가끔 빵집에서 크림빵을 사서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거기서 빵을 먹고 가요. 나는 이 모든 걸 항상 관찰하고 있어요. 이유는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에요. 나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게 일부러 부딪히려고 돌진하다가 여자가 피하는 바람에 정육점에 들이박으며 그 변상을 하느라 생활이 어려운 상태예요. 여기까지 읽으면 누가 이상한 사람인지 헷갈리는 지경이라 정신 나갈 거 같더라고요.
변화는 보라색 치마가 호텔의 객실 청소원으로 취직하면서 시작돼요. 나는 보라색 치마와 같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그 공원의 일명 '지정석'에 구직 신문을 친절하게 놔두어서 호텔로 오도록 유인했거든요. 근데 보라색 치마는 생각보다 업무에 잘 적응하더니 나와 달리 다른 직원들과 퇴근하고 술도 마시고, 심지어 유부남 상사와 불륜 관계가 되며 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직장도 막 다니게 돼요. 이것만 보면 사실 보라색 치마 쪽은 그럴 만한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생각보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줘요. 앞에서는 '보라색'이라는 색이 주는 느낌과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다소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면, 취직 후에 어떻게 보면 '나댄다'고 할 수 있는 행동은 사회부적응자가 오버하는 느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본래의 성격이 드러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해하지 못할 성질의 것은 아니거든요. 이쯤되면 같은 직장에 다니게 됐으면서 말도 못 하고 여전히 일거수일투족을 관찰만 하는 노란 카디건 쪽이 더 불온한 느낌을 줘요.
과연 나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대로 보라색 치마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따라다니며 관찰하는 걸까요? 저는 아닌 거 같아요. 저는 그거보다는 뭔가 인생의 구원자가 되고 싶고 그런 특별한 인간이 되고 싶은 자아가 더 큰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무튼 이야기는 뜻밖의 사건이 터지며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데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결말이긴 했는데 이쯤 되니까 나의 행동이 너무 웃겼어요. 아니 처음부터 나가 이상하지만 웃긴; 사람이긴 했거든요. 앞에 썼던 정육점 변상 건도 그렇고, 세금도 못 내서 생활이 위태로운데 남 크림빵 먹는 거나 관찰하고 이런 게 막 쌓이니까 처음엔 기분 나쁘고 무서웠는데 나중엔 헛웃음 나오는 거 뭔지 아시죠. 아무튼 절정은 마지막에 나온 그 교통편을 랩처럼 알려주는 부분인데 거기 진짜 웃기니까 기회되시면 읽어 보세요>_<
애나 렘키 <도파미네이션>
애나 렘키 <도파미네이션>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최근 유행어가 있다면 역시 도파민이 아닐까요. 이제 도파민 중독이라는 표현의 시대도 갔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자극적인 것을 접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오고 이게 반복되면 중독된다는 얘기예요. 뇌의 보상 체계와 관련이 있는 거라 중독되는 경로나 대상은 사람마다 천차반별이라고 하고요.
이 책은 각종 도파민 중독인 사람들의 사례와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인데 먼저 글 자체는 이해하기 쉬워서 좋았어요. 과학적인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닌데 재미있게 잘 풀어서 설명하더라고요. 그래서 베셀이었나봐요.
대체로 내가 중독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중독된 행위와 관련된 것을 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 중독이면 그냥 핸드폰만 치우는 게 아니라 그거랑 연관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다른 스마트 기기나 아니면 핸드폰이 연상되는 물건까지 보이지 않게 해서 원천적인 차단을 해야 효과가 난다는 거예요. 그 외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주변에 솔직하게 말하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만약 약속을 어기더라도 정직하게 고백하고 그때 느낀 수치심을 기억해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진대요. 보면 실천법도 다 수긍이 가는 내용들인 걸 알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단점이라고 느낀 건 가장 첫 부분에 자위 기계 제작()에 중독된 사람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읽으면 진짜 환자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심해요. 근데 사실 저 '자위 기계 제작'만 보면 대체 무슨 사연인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ㅋㅋㅋ 아니 물론 책이니까 처음에 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독자의 시선을 끌려는 용도인 건 알겠는데 이런 책이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걸로 시작해도 되나 싶은 그런ㅋㅋㅋㅋㅋ
아무튼 책은 그냥 한번 읽어볼 만한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금방 질리는 타입이라 이렇게까지 안 하면 못견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찬물 샤워 중독.. 아니 샤워는 여름에도 당연히 뜨거운 물로 씻는 거 아닌가요? 그냥 상쾌하고 뭔가 각성되고 깨어난 그 느낌만을 즐기기 위해 찬물 샤워를 할 수 있다니 아무리 서양인의 체온이 더 높다지만 세상에ㄷㄷㄷㄷ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기후루 오미의 <영괴신범領怪神犯> 1권입니다. 신을 상대로 하는 공무원의 이야기라는데 표지가 눈에 띄어서 일단 찍먹해보려고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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