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마감 중이고요... 지금 상태를 행동과 머릿속을 동시에 표현하면 안녕하세요(사건은 다가와 아오에) 저는 마감 중이고요(거세게 커져가 아오에) 이 상태예요. 누가 제 머리에서 수퍼노바 좀 빼주세요(수수수수퍼노바) 제가 지금 입시생이 아닌 게 너무 다행이지 뭐예요ㅠ0ㅠ 또 오늘은 역시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개모차를 밀고 나가서 배변패드를 산 다음에 너무 더워서 빽다방에 들렀거든요. 근데 하필 위치가 동물병원 옆이라 강아지는 큰일나는 줄 알고 어떻게나 떨던지ㅋㅋㅋㅋ 그리고 전에 동우가(인피니트 멤버) 빽다방 간판에 영어로 paik's coffee라고 쓰여 있어서 그동안 여기 이름을 백스커피라고 알고 있었다고 해도 좀 웃었는데 오늘 보니 진짜 입간판에 백스커피라고 되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헐 헷갈릴 만했다...
마유무라 다쿠 <조용한 종말>
眉村卓 <静かな終末> 竹書房
6, 70년대에 발표한 작품 중에 일부를 추려서 만든 초단편집이에요. 주로 SF 장르에 약간 호러 같은 느낌으로 총 5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제목대로 여러 가지 종말을 다루고 있어요. 나의 직장, 가정생활, 사회, 이념, 인격, 삶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끝장나서 나의 인생도 무언가가 끝장나는() 구성이에요. 전부 초단편인 줄 알았는데 좀 긴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대충 분위기는 '알고 보면 무서운 이야기' 형식이에요.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서 완벽한 매너를 배웠는데 부작용으로 누구에게나 그 영업용의 정중한 멘트밖에 할 수 없어서 자기 배우자에게도 그렇게 되었다. 하는 식이에요. 아니면 회사를 위해 일하다 다치면서 다친 부위를 기계로 교체하면서 충성했는데 그러다 보니 몸 전체가 기계가 되고 말았다든가. 뭔가 대체로 다 찜찜하게 끝나서 읽으면서 막 기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었어요.
표제작인 '조용한 종말'은 어느 날 세계전쟁이 일어나서 곧 미사일이 날아들 거라는 소식이 들려와요. 이미 도쿄는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해요. 주인공은 일단 출근했지만 다들 집에 가니까 본인도 나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확인하러 가요. 다들 피난가기도 하고 종말 직전의 쾌락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을 보는데 반대로 이 모든 이야기가 다 헛소문이라는 말도 들려와요. 주인공은 정말 종말이 오는 건지, 언론이 우리를 속이는 건지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냥 본인의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이성을 잃은 듯한 어떤 남자를 만나는데... 하는 이야기예요. 이게 과거의 작품임을 생각하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까 정말 뉴스에 나오지 않는 이상 세상이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온갖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정말 종말이 온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종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들처럼 뭔가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출근해서 일하는 똑같은 일상밖에 없다는 게 사실상 '나'는 이미 종말을 맞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굉장히 허무주의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단점이라면 중간에 아프리카와 서구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내용이 있는데 거기서 전쟁에 참여한 일본 병사가 옛날에 서양이 일본만 빼고 동양을 침범했던 것처럼 어쩌고 하는 유체이탈 화법 같은 묘사가 있고요, 또 전투 필드에서 저주가 어쩌고 하는 작품은 제 안에서는 영화 <알포인트>가 최고이기 때문에 크게 감흥이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 전쟁이 우주까지 확장되어서 하필 또 내용도 길어가지고ㅋㅋㅋ 뭐라고 해야 할까 인격이나 사회 문제 같은 부분을 지적하는 이야기는 지금 봐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는데 전쟁을 묘사하는 이야기는 진짜 하나같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묘사하는 내용과 문체가 잘 안 맞는 느낌이랄까.
호리카와 아사코 <정년 구직 인재가 간다>
堀川アサコ <定年就活 働きものがゆく> KADOKAWA
환갑을 맞이하여 홧김에() 회사를 나온 다에코가 얼결에 생긴 손녀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이야기예요. 다에코는 성인이 되고 처음 취직한 회사를 환갑이 되도록 다니느라 변화된 구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는 나이 때문에 안 되는 경우가 있고, 취직만 되면 당연하게 정직원인 것도 아닌 시대라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본인도 나이를 먹으며 하던 업무 외에는 시대를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답답함과 시대가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는 적절한 꼰대력()이 더해져 편안한 노후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돼요. 그런데 어느 날 딸 부부가 입양한 아이 루키가 가출하여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생활이 달라지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성격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고 심지어 초면이지만 점점 익숙해지며 진짜 가족처럼 지내게 돼요. 루키는 부모를 잃은 자신을 거둬준 딸 부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딸이 자신의 이상을 아이에게 투영해서 자기 입맛대로 키우려고 하는 것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가출한 거거든요. 근데 웃기게도 다에코도 평소에 자기 딸이지만 진짜 성격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처음 만난 손녀를 끝까지 책임질 마음까지 먹게 돼요. 이렇게 쓰면 딸만 너무 못된 사람이 되는 것 같지만ㅋㅋㅋ 내용이 전개되면서 다에코는 딸에게도 자신이 모르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고, 루키도 자기 딸인데도 가차없이 대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좀 더 자기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그리고 원래 이런 종류의 소설은 마지막에 다 같이 화해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법 아니겠어요.
다에코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인생을 오래 살면서 확립된 그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과 거침없는 행동이 때로는 굉장히 듬직하고 지혜롭게 나오고, 또 때로는 굉장히 완고하고 고집스럽게 잘 묘사가 되어 있어서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꾸 다른 사람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는 게 사실 본인 입장에서는 좀 무례한 행동인데 그건 아마 남도 마찬가지일 거라 그냥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읽었어요. 템포도 빠른 편이라 잘 읽히더라고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이마무라 나쓰코의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입니다. 표지가 좀 무서워서 묵혀둔 책인데 제가 최근에 쇼핑몰에서 치마를 사려고 둘러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정했어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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