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작업한 그림책이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밤이와 밤>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맡게 된 책이라 사실 작업할 때 엄청 긴장하고 했는데 책 나온 거 보니까 넘 예쁘고 좋네요ㅠ0ㅠ 이야기는 집에만 살던 고양이와 밖에서 사는 쥐가 만나서 서로 밤에 대한 인식이 다른 걸 깨닫고, 쥐와 함께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가는 거예요. 그림도 넘 귀엽고 내용도 귀여워요. 많관부>_<
그리고 제가 드디어 김치삼겹살을 먹지 않았겠어요? 하.. 너무 맛있었다... 가게에서 서비스로 두부도 줘서 두부김치도 먹었어요. 진짜 최고의 하루!
모리 히로미 <마음의 연결>
森浩美 <こころのつづき> KADOKAWA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이에요. 가족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고, 또 반대로 가족이라 더 괴로울 때도 있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그래도 조금은 희망과 용기를 얻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또 특이한 점은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 단편은 아닌데 소재가 조금씩 이어진다는 거예요. 첫 번째가 결혼을 앞두고 친아빠를 찾는 딸의 이야기인데 두 번째는 얼결에 키우게 된 강아지를 진짜 딸처럼 키우는 아빠의 이야기거든요. 이런 식으로 다음 편을 읽었을 때 어? 이 소재는? 하게 되는 식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맨 마지막 단편에서는 첫 번째에 나온 딸의 시어머니가 등장해서 며느리 욕만 하긴 하지만() 아무튼 같은 인물이 슬쩍 언급되며 마무리되어서 단편집인데 이야기마다 끊긴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제목처럼 의도된 것 같아요.
내용은 앞서 말했듯이 가족과 관련된 거라 나와 가까운 소재라는 느낌이 들어요. 부모님이 나이 들면서 예전과는 달라진다든가, 아이의 입시 때문에 갈등한다든가, 형제끼리 비교당한다든가 등등 꼭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이야기일 법한 소재라서 여러 가지로 생각은 하게 하더라고요. 근데 그 저런 상황에서 오는 짜증나는 대화 있잖아요 그걸 너무 잘 써서(?)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하면서 읽었어요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이게 묘하게 본인한테는 제대로 못 말하면서 꼭 다른 가족한테 말해서 나만 눈치보게 만드는 그런ㅋㅋㅋㅋ 진짜 작가는 밉살맞은 대화를 쓰는데 천재인가 했네요. 그래서 그런가 소재 자체는 친숙한테 뭔가 딱히 감정 이입을 할 만한 인물은 없어서 오히려 비교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우리 엄마는 이딴 식으로 말 안 하는데;;; 그래서 강아지 키우던 아빠 이야기만 좀 공감이 갔고, 그 외에는 아픈 이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모의 동창회에 참석하는 조카 이야기가 그냥 이야기적으로 재미있었어요.
결론적으로 힐링소설인 줄 알고 읽었는데 딱히 힐링은 하지 못했다는 그런... 그래도 꼭 여기 나오는 일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뭔가 나에겐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그럼에도 또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는 공감이 되더라고요. 근데 검색하니까 다른 작품도 가족 관련된 테마인가? 싶은 제목이 주로 보이던데 이 작가의 책을 또 읽더라도 좀 시간이 지나고 읽어야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하루키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소설은 그냥 그렇고; 에세이는 소설보다는 재미있게 본 편인데요, 하루키가 저에게 남긴 것이라고는 <위대한 개츠비>가 재미있다는 거랑 밥 대신 두부 먹으면 좋다는 것뿐이에요. 이 책을 살 당시에는 그래도 오랜만에 나온 장편이라 약간 빅웨이브를 타야겠다는 생각에 샀는데 그걸 지금 읽었다는 얘기>_<
내용은 줄거리를 말하기가 좀 애매한데 청소년 시절 나는 어떤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소녀와 어떤 도시에 대한 상상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녀는 사실 자신이 그 도시 출신이고 자신은 그림자에 불과하며 진짜 몸은 그 도시에 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뜨니 나도 그 도시에 있고 들어가려면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고 하는데... 하는 이야기랄까. 근데 읽다 보면 다시 현실 이야기도 나와서 이게 정말 나인지, 그림자의 삶인지도 헷갈리고 또 그 도시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어서 자기만의 해석을 하면서 읽어야 되더라고요. 저는 그냥 독자니까 후..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읽었는데 만약에 이런 책으로 검토서나 서평을 써야 되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ㅋㅋㅋㅋ
중간에 마르케스 이야기를 하면서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한 대화를 하거든요. 요 작품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해요. 도시는 진짜 어딘가에 존재할수도 있고, 아니면 내면에 무언가 벽이 있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일수도 있고. 아무튼 문장 자체는 진짜 술술 읽혀서 두꺼운데 생각보다 금방 읽었어요.
내용은 이해를 못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는데 대신 거기 주인공의 삶이 좀 지적인 자연인; 같아서 좋아 보이더라고요. 구석진 지방의 도서관 관장으로 살면서 모닥불을 피워야 하는 방에서 바쁘지 않지만 정해진 일을 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다림질이랑 운동을 하면서 재즈와 팝에 정통하며 여자가 집에 오면 파스타를 만드는 중년 남자의 삶이라니... 저만 뒤에 오퍼시티 80퍼 정도로 하루키 얼굴로 상상해서 읽은 건 아니겠죠?ㅋㅋㅋ 심지어 거기서 업무 후 담배 한 개비와 위스키 한 잔으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여자 카페 사장님과 만나서 러시아 5인조에 대해 고민하는 그 모습이란... 근데 진짜 짜증나게 여기서 자꾸 나머지 한 명이 누구였더라.. 누구였더라.. 이러니까 저까지 아! 이거 음악시간에 배웠는데! 하고 같이 답답해하면서 제발 답을 알려죠ㅠ0ㅠ 하면서 읽었는데 다행히 답은 알려줍니다. 책을 소재로 해서 그런가 뭔가 세상에 완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고 조용하게 사는 한 인간의 삶을 책으로 읽는다는 게 참 오묘한 작품이었어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후지사키 쇼의 <신의 이면神様の裏の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신의 숨겨진 얼굴>로 출간되었어요. 교사의 신이라 불릴 만큼 인격자였던 사람이 죽고 장례식장에 모인 누구나 눈물을 흘리지만 사실은... 하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라고 해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개인 메일로 발행하는 것이라 스팸으로 분류될 수 있으니 메일이 보이지 않으면 스팸함을 확인해주세요.
책에 대한 감상이나 추천 책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메일로 보내주세요. booksowner@soz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