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게임을 시작했어요. 주인공이 한탕 벌려다가 인생이 망하면서 뇌에 심겨진 키아누 리브스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내용인데요. 우리말 더빙이라 초반에 기나긴 프롤로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와, 우리말로 하니까 더 느낌도 살고 넘 좋다! 했는데 생각해 보니 키아누도 한국말을 하는 거시여따....... 심지어 내 뇌속에 들어 있어서 연애도 못하고! 아니.. 아니..! 내 삶에 키아누와 공식 연애할 일이 몇 번이나 있다고! 사이버펑크 장르하면 저에게는 항상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데 홍콩처럼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비가 내리는 거리를 오토바이 타고 질주하면 눈앞에 홀로그램 광고판 막 지나가고 그런 건데 이것도 참 거기에 충실한 이미지라 그건 넘 좋아요. 운전이 힘들어서 오토바이는 안 타지만. 그리고 여전히 잠입은 너무 어렵고... 목격자를 다 죽여버리는 잠입만 가능한 상태랄까()
사토 세이난 <개를 훔치다>
佐藤青南 <犬を盗む> 実業之日本社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중간에 하나로 합쳐지는 형식의 이야기예요. 어떤 부유한 할머니가 살해당하고 금품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마당에서 강아지의 무덤을 발견하고, 생전에 강아지 산책을 하며 만났을 사람들 위주로 탐문 조사를 펼쳐요. 동시에 한 편의점에서는 알바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독신 남성이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다른 직원이 그 남성과 강아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려고 해요.
작품은 크게 보자면 선입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내용을 보면 꼭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경찰을 비롯한 인물들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자기가 본 대로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내가 정의로운 쪽이라고 착각한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예요. 중간에 할머니가 새로운 강아지를 키웠다는 게 드러나면서 혹시 살인범이 데려간 것은 아닌지 추측하게 되는데, 그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살인범이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면 당연히 죽일 테니 그전에 내가 찾아서 그 강아지를 훔쳐야겠다! 물론 범죄지만 살인범 따윈데 뭔 상관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거든요. 저도 아헐 살인범이.. 강아지를..? 하고 흠칫하기는 했는데 이 인물의 저 극단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행동이 진짜 놀랄 수준이라 좀 반면교사로 삼고 진정됐어요. 근데 또 이상하게 저런 사람이 행동력도 좋더라고요. 수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자는 깨달음을 얻었고요;
반전도 재미있었고 마지막에 강아지 이야기가 찡하게 끝나서 광고대로 감동 스토리라고 할 만하더라고요. 또 중간중간 그 강아지 시점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막 '아타시'가 간식을 줬다든가 '보쿠'랑 산책을 갔다든가 하는 식으로 일인칭을 이름으로 인식하는 걸로 나오는 게 넘 귀여웠어요. 이걸 번역하면 전부 '나'가 된다는 게 좀 아쉽네요ㅠㅠ 강아지니까 엄마나 형아 이런 식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럼 뭔가 또 느낌이 안 사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참 이야기에 나오는 강아지는 하얀 장모 치와와예요. 하얀+장모+치와와라니 조합부터 너무 귀여움 흑흑...
엄마 두 명과 아빠 세 명을 둔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소설이에요. 어릴 때 엄마가 죽고 아빠와 살다가 아빠가 재혼->아빠가 외국에 나가며 이혼 후 엄마2와 살게 됨->엄마2가 아빠2와 재혼->이혼 후 엄마2가 아빠3과 재혼->이혼 후 아빠3과 살게 됨<-지금 여기 이런 느낌이랄까;
가족 관계만 정리하면 이게 뭔가 싶은데 내용 자체는 굉장히 따뜻한 휴먼 스토리예요. 어른들끼리는 저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겠지만, 그걸 절대 아이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각자 최선을 다해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리고 주인공 자체도 좀 무던한 타입이라 비뚤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너무 무난해서 보는 쪽이 걱정되는 느낌? 왜냐하면 주인공이 상황마다 같이 지내는 각 부모들;과는 잘 지내는데 세상 쿨한 헐리웃 주민들처럼 부모들이 다 같이 모여서 애를 둥기둥기 해준다든가 이런 것도 아니고, 주인공도 떠난 부모와는 또 딱히 연락도 안 하고 지내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사는 것 같은데 계속 이게 맞나? 이..걸 가족이라고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마지막에 결혼할 때만 모든 부모가 모이는데 뭔가.. 뭔가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일 테고 실제로 감동도 받았는데 왜 저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는 불안한가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중간에 주인공이 약간 불만을 보이면서 아빠1이 외국에 일하러 나가며 엄마2와 이혼할 때 자신에게 누구와 살지 결정하게 하지 말고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부모가 결정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이 부분이 되게 인상적이었나봐요. 생각만 하지 말고 말로 표현하라고ㅠ0ㅠ 그리고 뭔가 기분상 초반에 부모가 외국 이민 문제로 갈라선 거면 그래도 애는 친아빠가 키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잘 쓴 글이기는 했는데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캐릭터적으로 아빠3이 좀 재미있는 인물이었다는 것 외에는 이해되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모리 히로미의 <마음의 연결こころのつづき>을 읽어볼게요. 연결? 연속?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도 감동계열의 단편이라고 하니까 뭔가 마음이 이어지긴 하겠죠.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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