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건강하신가요? 저는 뭔가 엄청 아픈 건 아닌데 그럭저럭 앓으며 지냈어요. 원래 환절기에는 다들 면역력이 좀 떨어지잖아요. 저는 거기다 호르몬 주기가 겹치는 바람에 오랜만에 알레르기로 고생했고요. 약 먹고 금방 가라앉긴 했는데 눈알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근데 얼굴만 보면 붓고 빨개서 누가 봐도 환자인데 몸은 괜찮더라고요. 라고 방심한 순간 요즘 유행하는 장염에 걸렸지 뭐예요. 두부계란죽으로 연명하는 생활을 해야 했고요. 아무튼 그래서 얼굴과 몸의 질병 균형을 맞춰줬네요ㅋㅋㅋㅋ 그 외에 소소한 소식은 검토서를 하나 썼고요, 전에 작업한 것 교정을 봤어요.
사에타카 <늙어가는 애견과 보낸 소중한 나날 강아지 17세>
サエタカ <老いゆく愛犬と暮らしたかけがえのない日々 ワンコ17歳> KADOKAWA
트위터에 올리며 화제가 되었던 강아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거예요. 시바견 믹스인 강아지의 열다섯 살 때부터 마지막에 죽을 때까지 있었던 에피소드를 약간의 그림을 첨부한 에세이인데 일단 결말을 알게 된 점이 다행이었고요() 예전에도 다른 동물 에세이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출간된 지 좀 지난 다음에 읽어서 뒤늦게 찾아보니 이미 죽은 상태였던 적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되게 충격적이었거든요. 책만 보고 좀 정들자마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아무튼 강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행복하게 잘 간 것 같아 너무 다행이기도 하고 우리 강아지가 떠날 때도 이렇게 곁에 있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또 이입할 수 있었던 점은 요기 나오는 강아지가 진짜 예민하고 겁이 많거든요. 온갖 것에 다 놀라던 애가 나이가 들면서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니까 오히려 좀 편안해지는 걸 보니까 우리 강아지도 더 나이 먹으면 이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저희 강아지는 올해 9월에 열 살이 되는데 아직은 제가 요구르트 뚜껑만 열어도 놀라서 도망치긴 하지만(대체 왜...) 또 어떤 면에서는 전보단 여유로워진 부분이 있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애긴 아직 애긴데 노견이라고 분류하지 말라고ㅠ0ㅠ 심지어 강아지 이름이 쿠리임. 우리 강아지는 마롱인데..!
진짜 내용만 읽으면 ...이런 걸 좋아한다고? 싶을 만큼 사소한 얘기로 가득해서 오히려 동물 키우는 분들이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점점 거동이 불편해지니까 가족들이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똑바로 서 있거나 꼬리만 흔들어도 대견하다면서 기뻐하는 걸 보니까 강아지가 진짜 행복하게 사랑받고 살다가 간 것 같아서 그게.. 그것이..! 으아아ㅠ0ㅠ 하.. 안구건조증에 인공눈물 왜 넣냐 이 책만 읽으면 그런 것 따윈 필요 없는데ㅠ0ㅠ
유이카와 케이 <영원의 도중>
唯川恵 <永遠の途中> 光文社/ <매리지 블루> 서혜영 옮김 문이당
직장 동료 관계인 카오루와 노리코의 20대 후반부터 환갑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이에요.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데 카오루가 그 남자와 결혼하여 전업주부가 되고, 노리코는 그 충격;에 일에 몰두하다 사업가로 독립하면서 둘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돼요.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 다닐 때부터 비교당하던 처지라 서로 자신의 삶이 더 낫다고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상대의 삶에 질투도 했다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기도 해요. 요즘 시선으로 보면 경제권이 있는 노리코의 삶이 더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직장에서 좌천당하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실패하기도 하고, 동업에도 실패하게 돼요. 남이 보기에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생활의 안정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반대로 카오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남편 덕분에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고독함을 느끼고요. 근데 작가는 좀 전업주부가 더 별로라고 생각하나? 싶었던 게 신혼여행에 시부모가 따라오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본도 이 정도면 그냥 이혼하지 않나? 싶은 걸 그냥 다 참고 살게 하더라고요. 누구 모델이 된 사람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튼 이 둘이 각자의 길을 걷다가 노년에 접어들면서 인생을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나 왜 모든 인물이 불륜을 저지르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이런 소설에서 갑자기 막 살인사건()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는 없으니까 아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일 문제되는 행동인 불륜을 소재로 써먹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거든요. 근데.. 근데 왜 모든 사람이... 대체 왜... 심지어 다들 그것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뭐 스릴을 느끼고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하더라고요? 여기서 불륜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 카오루의 딸이 직장 내 불륜으로 회사 그만 둔 것밖에 없다는 게 정말 뭐라고 하면 좋을지;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카오루는 딸에게 실망하면서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려는 모습을 남편보다 먼저 믿고 응원하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고, 노리코는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운 와중에도 여성이 좀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면모를 보이면서 다음 세대의 여성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되더라고요. 쓰면서도 이렇게 포장하며 끝나는 게 맞나 싶긴 한데 아무튼 뭐 이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까지 합쳐서 인생이겠... 아니 그래도 불륜 너무 많은 거 아님????!!!!!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감동적인 강아지 이야기에 이어서 이런 제목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사토 세이난의 <개를 훔치다犬を盗む>입니다. 부잣집 할머니가 살해된 현장에 개를 기르던 흔적만 있고, 개는 사라진 상태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라고 해요. 일단 설명에는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하니까 개는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읽어볼게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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