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전 집에서 강아지랑 내내 누워서 지냈어요. 그래도 검토서도 하나 쓰고 나름 알차게 보냈네요. 잘되었으면>_<
그러고 보니 전에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연휴에 동생이 일본 여행 얘기를 하면서 모 도시를 안 가봐서 궁금하다는 얘기를 하고 갔는데, 연휴 끝나고 그 도시의 여행 설문지를 받았지 뭐예요. 타이밍 무슨 일ㅋㅋㅋ 물론 이렇게 자꾸 언급하니까 더 인상적으로 남는 거겠지만, 표현해서 나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저는 이번 달 초부터 김치삼겹살에 뇌를 저당잡혔고요. 같이 먹으러 가실 분 연락주세요>_<;;
아키요시 리카코 <혼활중독>
秋吉理香子 <婚活中毒> 実業之日本社文庫/<결혼기담>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결혼과 관련된 4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에요. 초반에는 나이를 먹었거나 모솔이거나 해서 연애는 힘들기에 결정사나 이벤트 등을 찾는 어떻게 보면 좀 저렇게까지 해서 결혼해야 되나? 싶은 전형적인 모습으로 시작해서 반전으로 끝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목에도 쓰인 전여친 세 명이 다 죽고도 결혼하고 싶은 이야기가 첫 번째 단편으로 스스로도 헤어지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건이 너무 좋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 딜레마를 묘사하고 있어요. 근데 이거랑 부모끼리 대리 맞선을 보는 내용인 마지막 단편은 사실 반전이 예측이 되어서 정말로 판춘문예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늘 그렇지만 나한테만 유리한 좋은 조건에는 항상 문제가 있는 법이잖아요.
두 번째랑 세 번째가 재미있었는데, 두 번째는 이것도 초반은 정말 전형적인 이야기예요. 모솔인 남자가 바베큐 파티를 빙자한 이벤트에 참가하면서 픽업아티스트의 책()을 구입해서 따라하는 내용이거든요. 근데 막상 가보니 남자가 속한 테이블에 엄청난 미녀와 엄청난 추녀가 세트로 와 있었다... 하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예상한 대로(심지어 주인공까지) 미녀는 사치품을 좋아해서 맨날 샤넬이니 디올이니 해대고 통장도 텅장되고 마음도 지친 주인공의 앞에 마음씨 착한 추녀가 나타나는 그 구조예요. 근데 반전이 너무 웃겼어요ㅋㅋㅋㅋ 인물 자체는 모두 스테레오 타입인데 이런 중개를 통한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각자 어느 정도 계산적인 면이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최대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보여준 느낌이라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세 번째 단편은 소위 '이과 여자'가 사랑을 쟁취하는 법을 다루고 있는데요. 공대 출신에 회사도 로봇공학과 관련된 뼛속까지 이과인 주인공이 평소엔 우습게 보던 나는 솔로; 같은 소개팅 방송에 나가면서 시작돼요. 이 방송에 출연할 한 남성을 보고 한눈에 반했기 때문인데 다수가 출연하는 방송인 만큼 어떻게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해당 남성의 프로필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가상 대화로 연습하는 게 일단 이해가 안 돼서 웃기고요ㅋㅋㅋ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이과라는 컨셉에 충실해서 현실이라 생각하면 오싹한데 소설이라 재미있었어요.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볼래요.
기시 유스케 <크림슨의 미궁>
貴志祐介 <クリムゾンの迷宮> KADOKAWA/<크림슨의 미궁> 김미영 옮김 창해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주인공이 강제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목숨을 건 서바이벌을 펼치는 이야기예요. 긴장된 상황에서 보여주는 심리 묘사나 복선 회수 등 글 자체는 좋았는데 저는 이런 데스 게임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한 책이었어요. 뭔가 이런 장르는 항상 시작이 비슷하잖아요. <너희들은 죄를 지었다><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살고 싶다면 서로 죽여라> 이런 식으로. 그런 걸 볼 때마다 늘 생각하는데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너뭐돼?"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대로 데스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참여자가 네 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각자 게임기 형태의 단말기를 받아서 생존하는 내용인데 미션도 게임 느낌이라 초반에는 몰입하기 쉽도록 유도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장르에 꼭 나오는 살인에 눈을 뜨고 우승 자체보다 학살을 즐기는 인물도 그렇게 된 경위 자체는 납득하도록 되어 있어요. 심지어 또 없으면 서운할 갑분섹() 장면도 나중에 나름 이유를 제시해서 작가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도록 구성했다는 느낌은 나거든요.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면서 이 게임의 진실은... 뭘까..? 하는 마무리까지 어쨌든 생각할 점을 남긴다는 점에선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취향에 맞는 데스 게임 소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러려면 또 내가 읽어야 한다는 게 문제랄까. 보니까 3월에 신작이 나올 예정이던데 줄거리만 보면 그쪽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또 구매는 해두려고요!(바로 읽는다고는 안 함)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미즈미 료의 <마인드 이터マインド・イーター>입니다. 인간을 변질시키는 악의를 지닌 정체불명의 존재를 다룬 SF 소설이에요. 80년대의 대표적인 SF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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