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새로 생긴 고깃집 다녀왔어요. 테이블오더가 돼서 벨 누르고 기다리거나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부르며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그런가 사장님이 참 친절했어요ㅎㅎㅎ
그 밖에는 음.. 지난번 메일 제목에 돈까스를 보냈는데 다른 후보로 오므라이스랑 초콜릿이 있었거든요. 셋 다 어디서 사 먹은 거지 추억의 맛 할 때 흔히 나오는 엄마의 손길()은 아니라서 약간 불효자의 심정으로 과거를 돌이켜 봤는데 그래도 저 세 가지가 모두 엄마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는 점에서 다시 효자가 되었다고 혼자 합리화해 봅니다>_<
나카야미 시치리 <죽어가는 자의 기도>
中山七里 <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사형수가 형이 집행되기 전에 죄를 뉘우치고 종교에 귀의하는 것을 돕는 교회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사형수가 된 옛 친구와 마주치게 됩니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친구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주인공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친구를 도우러 나서게 돼요. 이때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주인공을 도우며 상황이 빠르게 진전되는데... 하는 이야기예요.
일단 승려와 형사가 팀을 이루는 점이 독특한데 형사가 수사를 하고 승려가 정신적인 면을 담당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루어져서 자연스럽게 공적으로 처벌하는 것과 종교적인 구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근데 당연하지만(?) 반전이 있고 사건이 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저는 이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승려가 주인공인 시점에 친구가 진짜 사형까지 당할 만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일 가능성은 낮은 편이잖아요. 그럼 생각할 수 있는 건 살인은 사실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아님 누군가를 감싸기 위한 것뿐인데 보통 사형까지 감수할 정도면 가족이나 그 수준이 얽혀 있겠죠? 근데 승려가 친구를 구하겠다고 그런 위치에 있는 타인을 대신 사형대로 보낼 일은 없을 테니까 또 다른 인물이 있겠구나 하는 예상은 되더라고요. 근데 그 과정이 좀 무리수인 느낌?
글을 잘 쓰는 작가인 것은 확실해서 책 자체는 후루룩 읽긴 했어요. 중간중간 불경을 외는 부분은 한자가 어려워서 건너뛰긴 했는데() 다만 이 작가의 책은 이걸로 네 권인가? 읽었는데 하나같이 다 미묘하게 취향에서 좀 어긋난 느낌이 들어서 당분간은 안 읽고 쉬려고 해요. 재미있게 읽은 거 있으신 분은 추천해주세요>_<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박소현 옮김 다산책방/Beasts of a little land
기생 옥희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를 산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작품이에요. 진짜 빠져들어서 읽었어요>_< 옥희는 무용에 재능이 있는 똑똑한 소녀인데 생활고로 엄마가 기방에 팔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옥희 자체는 그 격동의 시대를 평범한 듯 열심히 사는 인물인데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 일제의 지배를 받던 조선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게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옥희를 가르친 유명한 기생인 단이 이모가 독립운동에 참여해서 만세 운동에 나섰다가 고초를 겪는다든가, 옥희를 좋아하는 거지 소년() 정호가 동네 깡패 무리를 이끌다가 사회주의자를 만나 혁명에 가담한다든가 하는 정치적인 면도 있고, 근대화되어 달라진 생활 모습과 옥희가 기생에서 연예인이 되어 성공하지만 출신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남녀차별이 두드러지는 시대의 한계까지 다루고 있어서 비록 1권짜리 책이지만 굉장히 많은 삶을 파노라마 식으로 본 기분이에요.
특히 좋았던 게 되게 짧은 문장 하나로 남자의 치졸함이 잘 표현되어 있더라고요. 단이가 독립 운동에 참여한다는 걸 알자 그걸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애인이 '조금 덜 사랑하게 되었다'고 표현한다든가, 옥희가 남친을 위해서 학비랑 생활비 다 대줬는데 막상 성공하니까 남친이 자기 힘으로 해냈다고 표현하면서 엄마 핑계 대고 옥희를 소개해주지 않는 것 등등 순간적으로 이 자식은 뭐야? 하게 하는 문장을 정말 잘 쓰시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보면 이게..인생...? 하는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점까지 정말 최고였어요. 선의로 베푼 일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했던 일이 미래의 자신을 구하기도 하는데 정말 답답하면서 현실적인 느낌^^! 진짜 이렇게 끝내기 있냐고 원망하고 싶기도 한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하야미 가즈마사의 <이노센트 데이즈イノセントデイズ>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무죄의 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사실 몇 달 전에 읽으려다가 너무 괴로워서 초반 한 30페이진가 읽고 말았거든요. 띠지에 읽고 사흘간 누워 있었다고 쓰여 있던데 진짜 그럴 거 같아서 걱정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억지로 읽을 것 같아서 도전하려고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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