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맛있는 여행 추억편>
秋川 滝美, 大崎 梢, 柴田 よしき, 新津 きよみ, 福田 和代, 光原 百合, 矢崎 存美 <おいしい旅 想い出編> 角川文庫
여러 작가들의 음식과 관련된 여행 이야기를 모은 책이에요. 시리즈로 있는데 제가 읽은 건 추억편이고요. 여행을 가게 되면 무조건 맛집 위주로 동선을 짜는 사람으로서 안 살 수가 없는 책이었어요.
제목만 보고 뭔가 자신의 추억과 관련된 음식을 먹으러 떠나는 여행을 기대했는데 역시 작가들이라 그런가 다들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제 기대에 딱 맞는 작품은 시바타 요시키가 쓴 '그날의 맛은'이었어요. 교토에서 청춘 시절을 보냈던 세 여성이 중년이 되어 오랜만에 다시 교토에서 만나 맛집보다는 그때 자신들이 즐겨 찾던 가게를 찾으러 가는 내용이었거든요. 각자 생활 패턴도 달라지면서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코로나 시기에 다시 만나 과거의 추억에 젖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소중하니까 현재의 힘든 이야기는 또 각자 숨기고 헤어지는 모습이 약간 아련하면서 소중한 느낌이 났어요.
이어서 음식 묘사가 좋았던 단편은 후쿠다 가즈요의 '행복의 레시피'였습니다. 주인공인 고토코는 파티시에였던 남편이 죽고, 고향인 고베로 여행을 떠나게 돼요. 그런데 코로나 시국인 것도 있고, 결혼한 뒤로 한 번도 오지 않았던 터라 달라진 고향의 모습에 당황하게 돼요. 그때 우연히 만난 청년과 케이크를 먹으러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때 나오는 케이크 묘사가 넘 맛있어 보여서 저절로 침이 나더라고요. 심지어 중간에 질리지 않게 추억의 중국집에서 밥도 먹어서 넘 좋았고요.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인연+남편과 관련된 디저트+어린 시절 추억의 식당+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져서 구성이 좋다고 느꼈어요.
크게 취향은 아니었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느낀 건 니이쓰 기요미의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여관이 팔려 새롭게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한 곳을 방문한 노년의 주인공이 사실은 그곳에서 이혼 후 만나지 못했던 딸을 찾으러 왔다는 미스터리 요소가 담겨 있는 이야기예요. 미스터리답게 나름 반전도 있더라고요. 제가 기대한 건 어쨌든 제목대로 먹는 묘사였는데 이건 미스터리에 집중하느라 그게 좀 약해서 아쉽더라고요. 차라리 가족 소설에 미스터리 느낌이 담긴 장편으로 봤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앤솔로지는 원래 하나만 건져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두 편은 건져서 만족스럽고요, 나머지도 막 엄청 지뢰고 이런 건 없어서 좋았어요.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려고요. |